'美주식 주간거래 먹통'으로 드러난 증권사 '민낯'…금감원도 조사

NH·KB·삼성證 등 일부 증권사 이용자 정규장 때도 거래 '먹통'
투자자들 '분통'…금감원도 사실 관계 파악 나서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정현 박승희 기자 =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인한 미국 현지 대체거래소(ATS) 주간거래 중단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일부 증권사에서는 미국 주식 주간거래 결제 취소 이후 원상복구 과정이 늦어지며 정규장에서도 거래가 '먹통'이 돼 투자자들의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

타 증권사에 비해 롤백(복구) 과정이 늦어진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홈트레이딩시스템(HTS) 이용자들은 '갈아타기'는 물론, 금융감독원 민원 등 적극적 불만 제기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금감원도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美 ATS 블루오션, 일방적 결제 취소…증권사 "계약 조건은 대외비"

현재 국내 증권사들의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는 미 금융산업규제국(FINRA)과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야간 거래 기능을 승인받은 블루오션과 제휴를 통해 제공되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미국 ATS 블루오션은 주간거래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오후 2시45분 이후 체결분에 대한 매매를 직권으로 일괄 취소한다고 국내 증권사들에 통보했다. 정확한 거래 중단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주간거래 취소 및 중단에 대해 "이번 거래 직권 취소는 블루오션 측과의 계약에 따라 전 증권사에서 동일하게 발생한 이슈"라며 "블루오션 측이 더이상 주문을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직권 취소를 통보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계약 조건은 대외비이기 때문에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블루오션은 전날도 시스템 장애의 후속조치를 위해 주간거래를 중단한다고 증권사에 통보했다. 이에 국내 증권사들은 미국주식 주간거래를 휴장했다. 거래 재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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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 나무·KB·삼성증권, 美 정규장 개장까지 계좌 복구 안돼

문제는 미국 주식 주간거래 중단 후 결제 취소 및 손익 말소 처리 과정에서 발생했다.

증권사 시스템에 따라 토스증권·키움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미국 증시 정규장(오후 10시30분~다음날 오전 5시) 개장 전에 정상적으로 거래가 재개됐지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정규장 중에도 주식매매가 이뤄지지 않은 증권사도 있었다.

NH투자증권의 MTS 나무증권의 경우, 오전 1시에서 2시 사이에야 투자자들의 계좌가 복구돼 정상거래가 가능해졌다.

KB증권·삼성증권도 정규장 개장 후에도 계좌가 묶여 거래가 원활하지 않았다. 이들 증권사 이용자들은 순차적으로 거래가 정상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미국 정규장 개장 후에도 계좌가 묶인 '서학개미'들은 혼돈에 빠졌다. 프리마켓에서 급락했던 반도체 등 주요 종목의 주가가 정규장 개장 이후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일례로 엔비디아는 92.06달러에 거래를 시작해 장중 103.41달러까지 올랐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주식인 테슬라 역시 185.22달러에서 출발해 장중 203.88달러까지 올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 "투자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 내부 보상 프로세스에 따라 보상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FILE PHOTO: A trader works on the floor at the New York Stock Exchange (NYSE) in New York City, U.S., March 7, 2024. REUTERS/Brendan McDermid/File Photo/File Photo ⓒ 로이터=뉴스1

◇금감원 "사실관계 파악 중…美 ATS 계약·투자자 고지 등 살펴볼 지점"

현재 계좌 복구가 지연된 투자자들은 변동성 장세에서 증권사 시스템 처리 지연으로 큰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투자자도 "인버스 익절 금액이 말소됐는데, 증권사에 항의해봤지만 미국 거래소에서 직권으로 취소한 거에 따라 처리한 거라고만 답변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도 전혀 고지받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다른 투자자는 "낮에 저점을 잡아 투자한 금액이 손익 말소로 일방적으로 날아간 것도 억울한데, 정규장 거래도 주가가 반등한 뒤에야 계좌가 정상화돼 손도 못댔다"며 "모두가 거래가 안된 것도 아니고, 증권사를 잘못 골라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NH투자증권과 KB증권, 삼성증권 투자자 210여명은 오픈채팅방을 개설하고 금융감독원 민원 접수 및 단체 피해보상 방안 요구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금감원 측도 "현재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의 장애 발생 같은 경우엔 선례나 기준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민원이 접수되면 금융감독원 분쟁국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ATS 문제에 대해서는) 중개하는 증권사들과의 계약관계나 투자자들에게 (결제 취소 및 손익 말소 처리가) 어떤 식으로 고지된 바가 있는지 등의 부분이 살펴볼 지점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