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되면 위험해"…서학개미 '엔비디아·테슬라'부터 팔았다

트럼프 피격 후 엔비디아 7767만 달러·테슬라 6973만 달러 순매도
증권가 "트럼프 변수 절대적 변수 아냐…실적이 중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 (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선거 집회서 유세를 하던 중 총격 사건이 발생해 얼굴에 핏자국을 묻은 가운데 경호원들과 긴급하게 대피를 하고 있다. 2024.07.14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급등한 피격 사건 이후 테슬라와 엔비디아를 가장 많이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등한 지난 13일 피격 이후 지난 19일까지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은 '테슬라'였다.

이 기간 서학개미가 매도한 테슬라 주식은 9억 3110만 달러(약 1조 2930억 원)에 달했다. 테슬라 매수금액은 8억 6137만 달러(약 1조 1961억 원)로, 해당 기간 서학개미는 테슬라를 6973만 달러(약 968억 원)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단일 종목 기준 서학개미가 두번째로 많이 매도한 종목은 엔비디아였다. 이 기간 서학개미는 엔비디아를 6억 7204만 달러(약 9333억 원) 매도하고 5억 9437만 달러(약 8254억 원)매수했다. 엔비디아 순매도 금액은 7767만 달러(약 1079억 원)로, 순매도 기준으로는 테슬라보다도 더 많은 금액을 팔아치웠다.

지난 18일 기준 테슬라와 엔비디아의 보관금액은 각각 146억 3749만 달러(약 20조 3271억 원 ), 124억 5711만 달러(약 17조 2992억 원)로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이다.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 2020년 7월 이후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보유 1위 자리를 약 3년 11개월간 지킨 서학개미의 '최애' 종목이다. 최근 주가 하락세에 엔비디아에 지난 5월부터 잠시 1위 자리를 내줬으나, 주가가 다시 오르며 1위 자리를 재탈환했다.

엔비디아의 경우, 올해 상반기 인공지능(AI) 반도체 훈풍으로 올해에만 주가가 144.82% 급등하며 서학개미 매수세가 거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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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서학개미의 투심을 변화시킨 것은 반도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 산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번 드러냈으며, 반도체 산업에 대해서도 기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과 다른 입장을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테슬라와 엔비디아의 주가도 지난 5거래일간 각각 6.52%, 9.76% 하락하며 조정 국면에 들어선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8일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취임 첫날 전기차 의무명령을 끝낼 것이며 미국 자동차 산업을 완전한 소멸로부터 구하겠다"고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지만, 전기차 업황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집권 시 중국 기업에 대한 견제 분위기는 이어지겠지만 친환경 정책 폐지 혹은 완화로 미국 전기차 및 이차전지 시장 성장 둔화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반도체 보호 조치를 강조하는 만큼, 글로벌 반도체 업황에도 여파가 미칠 거라는 예상이 제기되고 있다. 엔비디아, AMD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이 대만에 위탁생산을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서학개미는 같은 기간 중소형주로 구성된 러셀2000 지수를 추종하는 'ISHARES RUSSELL 2000' 상장지수펀드(ETF)를 4667만 달러 순매수하는 등 순환매 장세가 나타나기도 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트럼프 트레이드'로 인한 주가 조정은 일시적인 결과로, 향후 예정된 빅테크 실적이 테슬라 및 엔비디아의 주가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 본부장은 "트럼프 변수가 가세하면서 증시 조정이 다소 과격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트럼프 재선 시나리오가 절대적인 변수는 아니다"라며 "지난 7월에만 테슬라는 37%, 엔비디아는 10% 급등했는데, 단기 급등 이후 자연스러운 과열 해소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테슬라는 지난 분기 3분기 연속 이익·매출 쇼크에 주가가 급락했는데, 2분기에는 1분기 대비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가운데, (23일 실적 발표에서) 매출의 시장전망치 부합 여부가 1차 관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엔비디아는 조정을 거치며 과열 및 밸류에이션 부담이 완화되고, 주가가 1차 지지권에 진입해 추가 급락보다는 분위기 반전 조짐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