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추천 사외이사, KT&G 입성…6년 전 실패 딛고 '설욕'

손동환 후보 선임…2018년 '정부 인사개입' 눈초리 딛고 지지 얻어
FCP·ISS 외 국민연금도 주주제안 후보 지지…"지배구조 선진화 기여"

28일 대전 대덕구 KT&G 인재개발원에서 KT&G 주주총회를 준비 중에 있다. ⓒ News1 이형진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김근욱 기자 = IBK기업은행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가 광범위한 주주 동의를 얻어 KT&G 입성에 성공했다. 방경만 수석 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 저지는 이루지 못했으나, 주주 제안 사외이사라는 이사회 견제 세력을 확보하며 6년 전 패배를 설욕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대전 대덕구 KT&G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KT&G 주주총회에서 손동환 후보(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5660만3958표를 얻어 임기 3년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KT&G가 추천한 방경만 사장 후보(수석 부사장)도 8409만7688표를 얻어 이날 선임됐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주주제안 사외이사 선임은 KT&G의 지배구조 선진화와 이사회의 책임 있는 역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향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취지에 발맞춰 KT&G 가치 향상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손동환 사외이사는 공정거래법, 상법 등 경제법과 기업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정치적 판단, 여론 등에 흔들리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경영진과 회사에 조언할 수 있는 법률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이 추천한 후보가 사외이사로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8년 백복인 당시 사장(현 장학재단 이사장) 연임에 반대할 때도 사외이사 후보 2명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주주제안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당시 외국인 투자자들이 기업은행의 행보를 정부의 인사 개입으로 판단해 백 사장 손을 들었고, 국민연금도 중립 의견으로 한발 물러섰기 때문이다.

결국 백 이사장은 2018년과 2021년에 연달아 사장 연임에 성공하며 9년간 장기 연임 끝에 퇴임했다. 그는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전임 사장들처럼 산하 재단 이사장으로 이동하며 KT&G의 지배구조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앞서 회사가 주주 환원을 위한 자사주 소각은 하지 않고 이를 재단과 기금에 증여해 경영권 강화에 악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업은행은 이번에도 사외이사 후보 추천으로 KT&G 독주를 견제했다. 행동주의펀드인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가 반대 전선에 합류하며 힘을 보탰다.

FCP는 KT&G 저격수를 자처하며 회사의 주주환원과 지배구조 문제점을 문제 삼아 왔다. FCP는 KT&G가 '셀프 자사주 기부'로 이사회를 장악했을 뿐만 아니라 주주들에게 손실 내용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지난 2002년부터 20219년까지 KT&G는 현 시가 기준 1조원의 자사주를 취득해 전현직 사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에 셀프 기부해 왔고, 12%의 지분을 실질적으로 컨트롤하는 최대 주주가 됐다는 것이 FCP의 지적이다. 지난 2020~2022년 해외 담배 누적 손실이 최소 680억원에 달한다고도 부연했다. 결정적으로 집중투표제를 관철해 반대 표 집결에 성공했다.

ISS도 보고서를 통해 "겉으로 보기에는 KT&G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위해 모든 요건을 충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비현실적인 절차"라며 "회사의 경영 성과 악화에 직접적인 역할을 한 임원을 선임했다는 점도 놀랍다"고 했다. 이어 "회사의 열악한 자본 배분 실적, 계속되는 운영 및 거버넌스 문제를 고려하면 주주 대표성을 가진 사외 이사는 주주 신뢰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SS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자문사로 꼽힌다.

방 사장 선임에 손을 든 국민연금과 글래스루이스와 한국ESG기준원, 한국ESG평가원, 서스틴베스트 등도 손동환 사외이사 후보 선임 안건에 찬성을 권고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주제안 사외이사 선임으로 KT&G 이사회를 감시·견제할 방안이 마련됐다고 평가한다. 기업은행은 지난 12일 공시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에서 "K&G와 같은 소유분산 기업에는 이사회의 역할과 견제 기능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