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테크기업' 성공한 현대카드…정태영, 도전의 '현대 DNA' 빛냈다
테크기업 선언 9년 만에 SMCC에 AI 플랫폼 수출…금융권 '최초'
AI에 1조 투자한 정태영의 뚝심…현대의 도전정신 DNA 이어
- 김도엽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전통적인 금융업에서 혁신적인 '테크(tech) 기업'으로 변신 중인 현대카드가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수출에 성공했다. 신흥국이 아닌 내수 시장 벽이 탄탄한 일본에 진출한 사례로, '기술력도 검증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 22일 일본 '빅3' 신용카드사 SMCC(Sumitomo Mitsui Card Company)에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 고객 초개인화 AI플랫폼 '유니버스'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양사 간 비밀유지협약에 따라 정확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수백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버스는 현대카드가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고객 초개인화 AI 플랫폼이다. 고객의 행동·성향·상태 등을 예측해 기업이 직접 고객을 타기팅할 수 있고, 업종에 상관없이 비즈니스 전 영역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SMCC는 이번 유니버스 도입으로 회원별 취향, 결제 패턴, 라이프 스타일 등에 최적화된 경험 가치를 높이고, AI·데이터 사이언스 기반 세밀한 타기팅으로 가맹점 판촉 고도화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추후 여신 업무, 고객 상담, 부정 사용 감지 등 전사에 유니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번 수출은 지난 2015년 '디지털 현대카드'를 선언하며 금융업에서 테크(Tech)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한 지 9년 만에 이룬 대규모 성과라 주목된다.
현대카드 독자적인 데이터 사이언스 역량과 기술력을 글로벌 시장, 그중에서도 '품질 우선주의'가 강한 일본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기술력이 검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의 경우 넓은 내수시장과 자국 상품 선호 성향 등으로 우리 기업의 진출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오히려 빅테크 등 글로벌 기업이 자사 서비스나 제품을 일본에 가장 먼저 선보여 점유율 경쟁을 펼치기도 한다. 서비스와 제품의 안정성과 성능이 보장되지 않으면 진출이 쉽지 않을뿐더러, 진출하더라도 시장에서 쉽게 외면당한다.
특히 SMCC의 경우 소형 금융사가 아닌 40조 원의 자산을 보유한 일본 빅3 신용카드사 중 하나다. 지난 2월부터 6개월간 현대카드와 기술 실증(PoC·Proof of Concept)을 진행했으며, 철저한 검증 끝에 유니버스 도입을 결정했다. SMCC가 속한 일본 SMFG(Sumitomo Mitsui Financial Group) 산하 타 계열사도 유니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출 성과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단기 비전이 아닌 중장기적인 비전에서, AI에 1조 원을 넘게 투자한 뚝심이 있기에 가능했다. 정 부회장은 10년 전 이미 영업이익의 30%가량을 AI와 데이터 기술에 투입하기로 결단했다. 빅테크 기업이 금융업에 진출해 산업간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상황에, 기존 현대카드가 가지고 있는 소비 데이터가 큰 잠재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정 부회장은 데이터 사이언스에 기반이 된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의 경우 현재까지 19개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항공, 자동차, 유통, 식음료, 포털, 패션, 게임, 금융, 여가 등 생활에 밀접한 전 영역에 걸쳐 이뤄졌고, 최근엔 올리브영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모두 업계에서 선도 기업인 점이 특징이다. 파트너십을 체결할수록, 파트너사를 통한 결제가 많아질수록 양질의 데이터가 누적되는 셈이다.
현대카드 회원 수는 지난 2021년 1000만 명을 넘은 데 이어, 올해 이미 1200만 명을 넘었다. 파트너십을 통한 데이터 동맹 회원은 2억 5000만 명이 이른다. 현대카드가 첫 PLCC 시장에 진출한 이후 타 카드사 또한 PLCC 시장에 잇따라 뛰어드는 등 업계를 선도했는데, 업계에서 현대카드에 파트너십 러브콜이 쏟아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이번 성과가 모그룹인 현대의 DNA가 밑바탕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965년 우리나라 건설 역사상 최초로 태국 파티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하며 해외 시장에 진출한 현대는 1970년대 중동에서 잇따라 초대형 프로젝트를 성사하며 중동 신화를 만들었다. 특히 '20세기 최대의 역사'라고 불렸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베일 산업항 공사는 1976년 당시 전 세계에서 단일 업체가 맡은 공사 중 최대 규모로 선진국의 많은 업체들이 불가능하다고 포기했던 사업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유니버스 수출 성공은 현대의 DNA가 최첨단 테크산업에서도 유효함을 보여준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신화를 만들어 왔다"고 평가했다.
한편 현대카드는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중동 국가에도 수출 타진을 추진 중이다. SMCC의 경우 이런 노력의 첫 결실로, 추후 또 다른 국가에서 수출 소식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일본을 시작으로 북미·유럽·중동·아시아 등 각국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협업 문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데이터 사이언스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확장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do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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