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워크아웃' 급한 불은 껐지만…부동산 PF發 '잔불' 여전
상반기 만기 PF만 12조원 달해…고금리·고물가로 건설경기는 악화
정부 "태영은 특유의 문제…PF지원·구조조정으로 리스크 전이 제한적"
- 국종환 기자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태영건설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개시 결정으로 당장 건설·금융업계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확산과 협력사 줄도산 사태는 막았으나,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있다. 올 상반기 중 건설업계의 PF 만기가 줄줄이 예정된데다, 건설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로 건설사들의 경영 여건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태영의 경우 비정상적으로 높은 부채비율과 PF보증 규모 등 '특유의 문제'에서 비롯됐고, 정부가 PF 사업장에 대한 지원과 질서 있는 구조조정에 나선 만큼 건설업 전반이나 금융시장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금융권의 전망이다.
12일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전날 자정까지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안건인 워크아웃 개시에 대한 결의서를 접수한 결과, 동의율 96.1%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가 결의됐다고 밝혔다.
워크아웃이 개시됨에 따라 태영건설에 대한 금융채권은 4월11일까지 상환이 유예되고, 3~4개월간의 실사를 거쳐 정상화를 위한 기업개선계획을 세우게 된다. 개선계획에는 △PF사업장 처리방안 △재무구조 개선방안 △유동성 조달 방안 △회사 경영계획 및 경영관리 방안 등이 담긴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통해 회생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히면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으나, 건설업계의 위기감은 여전하다. 건설 호황기에 무리하게 추진한 사업장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데다, 사업비 조달을 위해 금융회사에서 빌린 PF 자금의 만기가 상반기에도 상당 규모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설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로 건설사들의 경영 여건은 당장 크게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권의 PF 대출 잔액은 2020년 말 92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9월 말 134조3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고금리·고물가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2.42%로 9개월 만에 1.23%포인트(p) 높아졌다. 특히 연체율이 높은 증권사들이 보유한 PF위험노출액(익스포저) 24조원 중 절반인 11조9000억원이 올해 6월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권업계에선 유동성 리스크가 있는 기업으로 롯데건설, 신세계건설, 동부건설 등을 거론하며 제2의 태영건설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태영건설의 경우 비정상적으로 높은 자체 시행사업 비중과 부채비율(258%), PF 보증(3조7000억원) 등 '특유의 문제'에서 비롯됐고, 정부가 신속하게 PF 사업장에 대한 지원과 구조조정에 나선 만큼, 태영 사태가 건설업 전반이나 금융시장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없다는 진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주 롯데건설 위기설이 제기되자 "롯데건설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지난해부터 유동성을 확보했고, 태영건설과 성격도 다르다"며 "롯데건설까지 문제가 될지에 대해서 저는 그렇게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태영건설발(發) PF 리스크가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유동성 확대 방안과 사업장별 정상화 지원 방안을 추진 중이다.
먼저 정상 사업장이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공적 PF 대출보증 25조원을 차질없이 공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보증 없이 고금리로 PF 대출을 받은 사업장이 저금리 PF로 대환할 수 있도록 주택도시보증공사(HUG) PF 대환 보증 상품을 신설한다. 금리 인상과 공사비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사업장을 돕는 취지다. 태영건설의 경우에도 금리 인상으로 2021년 2.3%였던 PF유동화채권 발행금리가 2023년 12월 13.8%까지 치솟으면서 위기에 몰린 바 있다.
또한 HUG와 주택금융공사가 지원하는 건설사 보증 PF유동화증권(ABCP)을 장기 대출로 전환하는 보증 프로그램도 3조원에서 5조원으로 증액한다. PF 대출 시 건설사의 책임 준공 의무에 대한 이행보증 확대(6조원)와 비주택 PF 보증 확대(4조원)도 시행한다. 사업 여건이 악화돼 수익성이 떨어진 현장은 2조2000억원 규모의 PF 정상화 펀드를 통해 재구조화할 예정이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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