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U "고팍스 심사, 원칙대로 진행…'외국인 임원' 검토에 오랜시간 걸려"

고팍스 변경신고 심사 8개월째…그 사이 대표 변경만 세 번
FIU "외국인 임원 금융 관련법 위반 검토…해외 기관에 협조 요청"

고팍스 로고.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에 대한 금융정보분석원(FIU)의 변경신고 심사가 8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FIU는 심사 기간을 준수해 처리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수리 여부 결정이 지연되는 이유 중 하나로는 '외국인 임원'을 들었다. 고팍스의 사내이사로 취임한 외국인 임원들의 국내외 금융 관련 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느라 심사에 오랜시간이 소요됐다는 설명이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심사 기간을 준수해 고팍스의 변경신고 수리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금법 감독규정에 따르면 FIU는 변경신고서 접수일로부터 45일 이내에 신고 수리 여부를 통지해야 한다. 다만, 신고 요건을 충족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첨부서류의 보완을 요청할 경우, 보완에 필요한 기간은 제외하도록 규정돼 있다.

수리 여부 통지가 늦어지는 이유는 '서류 보완에 필요한 기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FIU 측 입장이다. FIU는 "특금법 감독규정 상 심사 기간을 준수해 처리 중"이라고 밝혔다.

고팍스는 지난 3월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전(前)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대표였던 레온 싱 풍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또 바이낸스 측 외국인 인사 2명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이에 따른 변경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변경신고 심사가 길어지자 금융당국과의 소통을 위해 한국인이자 고팍스 부대표였던 이중훈 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따른 변경신고서는 지난 8월 9일 다시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임원들이 등장한 것이 심사 지연의 주요 사유가 됐다. FIU는 "임원 변경 시 국내외 금융 관련 법령 위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국내외 기관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는 레온 싱 풍 전 대표가 사임했지만, 지난 3월 고팍스가 변경신고서를 제출할 당시엔 외국인 임원이 3명이었다. 말레이시아인 레온 싱 풍 전 대표를 비롯해 미국인인 스티브 영 김, 캐나다인 지유 자오가 스트리미(고팍스) 사내이사로 취임했다.

FIU는 변경 신고를 신청한 임원 3명이 모두 외국인인 만큼, 국내외 기관에 협조를 요청하는 과정을 거쳐 심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추가로 변경된 임원(이중훈)에 대한 변경신고 신청서도 제출돼 심사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중훈 전 대표도 현재 고팍스를 퇴사한 상태다. 이와 동시에 이사진에 변화가 생겼다. 고팍스는 현재 이사진을 5인 체제로 늘리고, 박덕규 KB인베스트먼트 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4인을 바이낸스 측 인물로 채웠다. 이 과정에서 한국 국적 인물들을 대거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FIU의 심사 과정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 국내 코스닥 상장 기업인 시티랩스가 새로운 인수자로 등장했다. 시티랩스는 현재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의 지분을 8% 가량 취득했으나, 향후 최대주주 수준까지 지분율을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시티랩스의 등장으로 새로운 대표도 곧 취임할 전망이다. 새 대표 취임 사실을 등기하면 고팍스는 또 다시 변경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새로운 인물들을 심사해야 하므로 FIU의 신고 수리는 더욱 늦어질 전망이다.

한편 바이낸스는 변경신고 수리 시 고팍스의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에 묶여 있는 고객 자금을 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향후 변경신고가 수리되면 새롭게 주주가 된 시티랩스와 고파이 문제를 풀 것으로 예상된다.

고파이는 지난해 말 FTX 사태 여파로 고객에게 원리금 및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바이낸스의 자금 수혈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자금 일부를 지급했지만, 아직 60% 상당의 미지급금이 남아 있다. 올해 초 스트리미가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고파이 상환액은 총 566억원이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