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안유진도 떴다…'알아두면 짭짤한' 퇴직연금 갈아타기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 37개사에서 시행…400조 머니무브 예상
동일한 제도내에서만 이전 가능…금융사들 고객 유치전 본격화
- 김현 기자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금융당국이 수익률 제고 등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해 온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오는 31일 시작된다.
이에 따라 이달 말부터 400조 원에 육박하는 퇴직연금 시장의 본격적인 '머니무브'가 예상된다. 은행과 증권 등 퇴직연금사업자들은 퇴직연금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15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는 가입자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상품의 해지 손실 없이 금융회사만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른바 보다 손쉬운 '퇴직연금 갈아타기' 서비스다. 퇴직연금 계좌를 이전할 때 보유하고 있는 실물 그대로 옮길 수 있게 해준다는 의미다.
그간 퇴직연금 계좌를 옮기기 위해선 가입자의 손실이 불가피했다. 예컨대, 퇴직연금 계좌를 A 은행에서 B 증권사로 옮기려면 기존 계좌에 있던 상품을 해지(현금화)해야만 했다. 이로 인해 상품 해지에 따른 비용(중도해지 금리 등)과 펀드 환매 후 재매수 과정에서 금융시장 상황 변화로 인한 손실(기회비용) 등이 발생해 가입자의 손실로 이어졌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 가입자의 손실을 초래하는 이같은 현금화 등의 과정없이 보유하고 있던 상품 그대로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옮길 수 있게 된다.
제도가 시행되면 가입자는 우선 더욱 손쉽게,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옮길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가입자들이 손쉽게 퇴직연금 계좌를 옮기게 된다면 금융사들 입장에선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금융사들은 이전 가입자들에게 수수료 인하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높은 수익률 등 고객의 요구에 맞춘 다양한 상품들을 내놓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퇴직연금 계좌 가입자들이 퇴직연금 실물이전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수익률 향상과 다양한 투자옵션 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퇴직연금은 가입자가 선택한 상품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크기 때문에 수익률이 낮은 금융사를 이용하고 있다면 실물이전을 통해 수익률이 더 높은 금융사로 갈아타기해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2023년 기준 퇴직연금 적립액은 은행(51.8%)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고, 증권사(22.6%)와 생명보험사(20.5%), 손해보험사(3.9%)의 순이다. 하지만 업권별 퇴직연금 상품 수익률을 보면 최근 5년 평균 기준 증권사가 2.9%로 가장 높았고, 생보사(2.3%)와 은행(2.2%)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증권사의 수익률이 7.11%, 은행은 4.87%였다.
갈아타기를 통해 수수료 절감도 가능하다. 업권별로 보면 지난해 연말 기준 퇴직연금 수수료가 은행이 0.412%로 가장 높고, 생명보험사(0.333%)와 증권사(0.325%), 손해보험사(0.306%)의 순이었다. 자신이 가입해 있는 곳의 수수료 등은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통합연금포털 '퇴직연금 비교공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가입자가 다양한 투자 선택권을 누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증권사는 은행보다 다양한 투자 상품을 제공한다.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은행에선 100~170여개의 ETF를 거래할 수 있지만 증권사는 최대 700개까지 투자가 가능하다.
또한 증권사의 퇴직연금 계좌에선 주식과 같이 실시간으로 ETF 거래가 가능한 만큼 퇴직연금 계좌를 은행에서 증권사로 옮길 경우 투자 편의성 높아질 수 있다.
현재 일부 금융사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로보어드바이저나 인공지능(AI) 자문서비스 등 첨단 금융서비스 제공도 하고 있는 만큼 퇴직연금 갈아타기를 통해 서비스 품질도 향상시킬 수 있다.
실물이전 형태로 퇴직연금 계좌를 옮기려는 가입자는 새롭게 계좌를 옮기고자 하는 금융사에서 퇴직연금 계좌를 개설한 후 이전신청서를 접수하면 된다. 만약 새로 옮길 금융사에 개설된 퇴직연금 계좌가 있는 경우엔 신규 계좌 개설은 하지 않아도 된다.
가입자의 계약이전 신청을 받은 금융사는 실물이전 가능상품 목록 등 유의사항을 가입자에게 안내해 가입자의 이전 여부에 대한 최종 의사 확인을 거친다. 유의사항에는 이전 예상 소요기간과 가입자가 기존에 투자한 상품을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는지 여부, 동일한 상품을 취급하지 않고 있을 경우 처리방안(현금 이전) 등이 포함된다.
가입자의 최종 의사를 확인한 이후 금융사는 실물이전을 실행하고 이전 결과를 SMS나 휴대폰 앱 등을 통해 가입자에게 통보하게 된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은 신탁계약 형태의 예금·이율보증보험(GIC)·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기타파생결합사채(DLB) 등 원리금보장상품과 공모펀드, ETF 등 주요 퇴직연금 상품 대부분이 해당한다.
다만 실물이전은 확정급여형(DB형), 확정기여형(DC형), 개인형퇴직연금(IRP) 등 동일한 제도 내에서만 가능하다. 기존에 DC형 퇴직연금 계좌를 갖고 있다면 새 금융사에서 DB형이나 IRP로는 이전이 불가능하고 DC형으로만 옮길 수 있다는 얘기다.
리츠나 머니마켓펀드(MMF),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상품은 지금처럼 현금화해 이전해야 한다.
또한 퇴직연금 운용 상품의 특성, 계약 형태에 따라 실물이전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금융사가 고객의 별도 지시 없이 자동으로 운용하는 디폴트옵션 상품과 퇴직연금(자산관리) 계약이 보험계약 형태인 경우, 사용자가 운용관리업무와 자산관리업무를 각각 다른 사업자로 지정한 언번들형 계약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가입자는 '실물이전 대상제도 및 상품범위'를 참고해 보유한 상품의 실물이전 가능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고용노동부와 금감원은 보유한 상품의 실물이전 가능 여부를 신청 전에 조회할 수 있는 '사전조회 기능'을 조속히 추가 오픈할 예정이다.
또한 가입자는 본인이 운용 중인 상품이 실물이전 대상에 해당하더라도 이전을 희망하는 금융사가 동일한 상품을 취급하고 있어야 실물이전이 가능하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즉, 가입자가 운용하는 다양한 상품 중 새로 이전할 금융사가 취급하는 실물이전 대상 상품은 해지 없이 이전이 가능하지만, 실물이전 제외 상품과 새로 옮길 금융사가 미취급하는 상품은 기존과 같이 상품을 매도한 후 현금화해 이전해야 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오는 31일부터 시작되는 실물이전 서비스를 개시하는 금융사는 총 44개 실물이전 대상 퇴직연금사업자 중 37개사다. 이들 금융사의 실물이전 대상 적립금 비중은 전체 대상 적립금의 94.2%에 달한다.
그러나 대상 금융사 중 부산·경남은행과 삼성생명, 하나증권은 전사적인 차세대 시스템 구축으로, 광주·iM은행과 iM증권은 전산시스템 구축 및 테스트 지연 등으로 추후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현재 퇴직연금을 취급하는 각 금융사들은 오는 31일 갈아타기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고객 유치를 위한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들은 실물이전 제도 시행을 앞두고 대표 모델들을 내세운 광고 등으로 고객들 지키기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부터 퇴직연금 가입 고객들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전용 고객센터인 'KB골든라이프 연금센터' 소속 자산관리 전문가와 전화상담을 제공하는 'KB퇴직연금 1:1 자산관리상담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연금센터의 모델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연모'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로 이름을 알린 배우 박은빈이 맡았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말 배우 이정하와 가수 윤종신 등이 '퇴직연금, 고민된다면 탄탄한 신한은행 퇴직연금'이라는 내용을 담아 개사한 고속도로 로맨스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퇴직연금 광고를 새롭게 공개한 바 있다.
하나은행은 이달 들어 가수 안유진이 참여한 '퇴직연금, IRP는 하나은행' 광고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광고 속 안유진은 '연금전문 1등 은행'으로서 퇴직연금 시장을 선도하는 하나은행의 이미지를 홍보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우리금융그룹 광고모델 아이유가 등장하는 '퇴직연금의 A to Z, 우리 연금프렌즈' 광고를 선보였고, 조만간 후속작 우리 연금프렌즈 이사편을 공개할 예정이다. 연말까지 퇴직연금 실물이전 금액에 따라 최대 1000만 원의 경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부터 실물이전 사전상담을 신청한 고객들에게 GS모바일 상품권(3000원)을, 실물이전 예약을 신청한 고객들에겐 맥도날드 빅맥버거세트를 제공하고, 오는 31일부터 IRP와 DC형 실물이전을 100만 원 이상 완료한 고객들에게 신세계 모바일 상품권 3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IRP 이전을 완료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LG전자 스탠바이미(3개), 네스프레소 버츄오 플러스(20개) 등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고, 삼성증권도 IRP 계좌 이전을 예약한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커피 쿠폰을 지급하고, 1000만 원 이상 자산을 이전하면 백화점 상품권 3만 원을 전원 지급한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IRP 고객을 대상으로 사전에 현물이전 정보를 등록한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3000명에게 치킨 쿠폰을 주고 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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