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개미들 의심이 맞았다…홍콩IB 2곳서 560억 불법 공매도

호텔신라 등에 무차입 매도 집중…주가 -46%, -24%
금감원 "고의적으로 범행"…최대 규모 과징금 '엄벌'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에서 운행하는 공매도 반대버스 모습(한투연 제공) ⓒ News1 강은성 기자

(서울=뉴스1) 강은성 박승희 기자 = 홍콩 소재 글로벌 투자은행(IB) 2곳의 수백억원 규모 불법 공매도가 금융감독원에 적발된 가운데, 공매도를 가장 많이 당한 대표적인 종목은 카카오(035720)와 호텔신라(008770)로 확인됐다.

15일 금융감독원은 홍콩 소재 글로벌IB 2개사(社)가 관행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자행한 사실을 확인하고 '최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엄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해당 회사가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하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의도적이고 관행적으로 해 왔다고 판단했다.

국내 공매도 제도는 주식을 빌린 이후 매도를 내는 '차입공매도'만 허용하고 있으며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으로 엄격히 규제한다.

이번에 적발된 홍콩 소재 글로벌 IB 중 A사는 지난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냈다. A사가 공매도 주문을 가장 많이 낸 종목은 카카오다.

당시 코스피 지수는 3300까지 치솟은 이후 '숨고르기'를 하면서 지수가 3000선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며 답보상태였다.

그러나 카카오와 네이버(035420)는 금융당국의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규제 우려가 불거지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카카오의 경우 2021년 9월3일 종가 기준 15만6500원이었으나 같은 달 30일에는 11만8000원으로 24.6% 추락했다. 네이버 역시 같은 기간 42만2500원에서 38만8000원으로 8.2% 밀렸다. 같은 규제 악재가 터졌지만 카카오의 낙폭이 네이버보다 3배 이상 가팔랐다.

홍콩 IB A사가 카카오에 대한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한 것도 이 기간이다. A사가 2021년9월부터 2022년5월까지 카카오에 대해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하는 동안 이 회사 주가는 15만6500원에서 8만3900원까지 46.4% 급락했다.

카카오는 당시 국내 소액주주가 200만명에 육박하는 '국민주'의 위치였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해외 기관의 불법 공매도가 의심된다'는 의혹을 쏟아냈지만 당시엔 밝혀낼 수 없었다.

A사는 보유한 주식보다 더 많은 주식을 빌리지도 않고(무차입) 매도하고, 다음날 사후정산 과정에서 뒤늦게 주식을 사 채워넣는 불법을 저질렀다. 주식거래 결산 자체가 T+2일, 즉 거래 체결 후 2일째에 주식 잔고를 맞추는 최종 작업이 이뤄진다는 점을 악용했다.

김정태 금감원 공시조사 부원장보는 "A사는 매도스와프 주문을 내는 과정에서 100주만 보유하고 있었다면, 보유한 주식 100주와, 빌리지도 않은 주식 100주를 추가로 매도해 총 200주의 매도 주문을 냈다"면서 "해당 회사는 국내 공매도 제도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으며 무차입 공매도가 불법이라는 점도 당연히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의적으로 장기간 불법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사가 카카오만 공매도를 친 것은 아니며, 비중도 크지 않다. 금감원 역시 당시 주가 하락에 A사의 공매도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승우 금감원 조사2국장은 공매도 종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주가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불법공매도 종목이 101개에 달하고 A사의 공매도 수량이 해당 종목의 전체 거래량 중 비중이 크지 않아 주가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학개미들이 그간 끊임없이 제기했던 '외국인의 불법 공매도로 주가가 하락한다'는 명제를 부인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같이 적발된 홍콩 IB B사는 2021년 8월에서 같은해 12월까지 9개 종목에 대해 160억원 상당의 무차입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B사가 가장 많이 무차입 공매도를 친 종목은 호텔신라였다. A사와 유사한 형태의 무차입 불법공매도다.

기관투자자들의 매도스와프계약을 헤지하기 위해 공매도 주문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차입이 확정된 주식 수량이 아닌 향후 차입 가능한 한도 내에서 시장에 주문을 냈다. 이후 대차 담당자가 주문이 체결된 만큼 외부기관으로부터 차입을 확정했다.

호텔신라의 경우 불법공매도를 한 기간인 8월부터 12월 사이에 9만2500원이던 주가가 7만3000원까지 밀렸다.

다만 B사는 금감원의 조사가 진행된 이후 불법 사실을 인정하고, 시스템 보완 및 재발방지 등을 약속했다.

금감원은 이들 회사가 수수료 수익과 비용 절감을 위해 무차입 공매도가 지속되는 것을 알면서도 시정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김 부원장보는 "혐의 입증과 증거 확보를 위해 조사 기간을 특정할 수밖에 없고, 이 기간 '찾아낸' 무차입 불법 공매도가 400억원, 160억원 규모라는 것"이라면서 "글로벌IB의 불법 공매도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많은데, 이번에 혐의를 적발한 이상 사상 최대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해 엄벌에 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그간 외국 투자자들에게 우호적인 투자환경 조성노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IB의 위반행위가 발견되어 엄정한 조치와 재발방지가 필요하다"며 "향후 유사한 글로벌 IB를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하고, 수탁 증권회사의 위반가능성 여부 등에 대해서도 검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sth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