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WA 코인, 업비트엔 없네"…2·3등 거래소만 누린 '테마코인 특수'

'AI 테마 대표' 월드코인은 빗썸에, 'RWA 테마' 온도파이낸스는 코인원에만
업비트, 지난해부터 보수적 상장 정책 추진…2·3위는 공격적 상장 전략

2024년 가상자산 시장을 이끌 주요 트렌드로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기술의 결합이 꼽힌다.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비트코인(BTC) 가격이 1억원을 돌파하면서 연일 '불장(상승장)'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주요 테마인 인공지능(AI) 및 실물연계자산(RWA) 관련 가상자산들이 비트코인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월드코인, 온도파이낸스 등 유명 '테마 코인'들이 오를수록 국내 시장에서 효과를 본 건 점유율 2, 3위 거래소인 빗썸과 코인원이다. 1위 거래소 업비트가 지난해부터 상장을 보수적으로 진행한 탓에 최근 트렌드가 된 '대세 코인'들은 업비트에 없기 때문이다.

◇AI·RWA 테마 시대…월드코인 상승률, 비트코인의 6배

13일 가상자산(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상승장이 시작되면서 AI 및 RWA 테마의 코인이 매우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이는 올해 가상자산 시장을 이끌 주요 테마로 AI와 블록체인 간 기술의 결합, RWA 상용화 등이 꼽혀 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아시아 최대 블록체인 투자사인 해시드는 지난해 말 2024년 투자 전략을 제시하며 △RWA 부상 △AI와 블록체인 간 결합 확대 등을 올해 키워드로 꼽았다. 유명 리서치 업체 메사리도 지난해 말 올해 가상자산 시장을 이끌 투자 트렌드 10가지 중 하나로 'AI와 가상자산'을 선정했다.

이 같은 전망은 그대로 가격에 반영됐다. 대표적인 'AI 테마코인'이자,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이 개발한 가상자산 프로젝트 월드코인(WLD)의 가격은 지난달부터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12일 현재 한 달 전 대비 300%에 가까운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2월 12일부터 3월 12일까지 월드코인의 가격 추이. 한 달간 297% 가량 올랐다. 코인마켓캡 갈무리.

RWA 테마의 대표적인 예로는 온도파이낸스가 꼽힌다. RWA란 부동산, 귀금속, 채권 등 현실세계의 자산을 블록체인상에 토큰화하는 것으로, 온도파이낸스는 미 국채 등을 토큰화하는 프로젝트다.

온도파이낸스의 가상자산 ONDO 가격은 한 달 새 170% 가량 상승했다. 비트코인의 월간 상승률이 50%인 것을 고려하면 매우 가파른 상승세임을 알 수 있다.

◇업비트엔 월드코인도, 온도도 없다…빗썸·코인원 특수

이처럼 대표적인 '테마 코인'들이 급등하자 고민에 빠진 건 국내 투자자들이다. 주로 사용하던 거래소이자 1위 거래소인 업비트에 해당 코인들이 없기 때문이다.

그 자리를 대신한 건 2, 3위 거래소인 빗썸과 코인원이다. 빗썸은 지난달 월드코인이 급등하기 시작한 이후 꾸준히 월드코인 상장으로 인한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달 월드코인이 일주일 간 180% 오르던 때에는 빗썸 내 '거래량 1위'가 월드코인이었다. 현재도 월드코인은 비트코인(BTC), 리플(XRP)과 함께 꾸준히 24시간 거래량 '톱3'를 기록하고 있다.

12일 현재 월드코인은 비트코인, 리플과 함께 빗썸 내 거래량 '톱3'를 차지하고 있다. 빗썸 갈무리

12일 현재 빗썸 내 월드코인 24시간 거래량은 1400억원에 달한다. 빗썸 전체 거래량 2조3000억원에서 약 6%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가격 급등기 때는 월드코인 거래량으로 빗썸의 시장 점유율이 28%까지 회복되기도 했다.

코인원은 지난해 말 '수수료 무료' 정책을 택한 코빗에게 뺏겼던 3위 자리를 탈환했다. 주요 테마 코인들을 빠르게 상장한 영향이 컸다. 일례로 RWA 대표주자로 불리는 온도파이낸스는 현재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 중 코인원에만 상장된 상태다.

온도파이낸스는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를 비롯해 HTX(옛 후오비), 쿠코인, 바이비트 등 대형 해외 거래소에 모두 상장된 코인이다. 그럼에도 코인원은 온도파이낸스 전체 거래량에서 1.09% 가량의 거래량을 차지하고 있다.

◇업비트, 최대한 보수적 상장 vs 빗썸·코인원 "일단 상장부터"

2, 3위 거래소가 '테마 코인' 특수를 누리는 이유는 업비트가 지난해부터 최대한 보수적으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업비트가 2022년 '테라 사태' 이후 1위 거래소로서 규제당국의 시선을 더 많이 의식하고 있어, 상장에도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2, 3위 거래소들은 공격적으로 상장을 추진하며 '테마 코인' 트렌드에도 빠르게 반응했다. 시장 점유율 회복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올해 업비트는 원화마켓에 단 2개의 가상자산만을 신규 상장했다. 반면 빗썸은 올해 들어 16개, 코인원은 23개의 가상자산을 새로 상장했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업비트는 작년부터 '김치코인'을 거의 상장하지 않고, 상장도 매우 보수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그동안 다른 원화마켓 거래소들이 '일단 상장하고 보는' 전략을 택한 것 같다. 유명한 테마 코인들이 빗썸이나 코인원에 더 많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