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대출 옥죄기에 수입 '0원'된 대출상담사들…"개점휴업 상태"
은행들 가계대출 늘자 대출모집인 대출 통제
본업한건데 가계대출 증가세 주범으로 몰려
- 박동해 기자, 김근욱 기자
"정말 힘들어요. 손가락만 쪽쪽 빨게 됐습니다."
(서울=뉴스1) 박동해 김근욱 기자 = 지난 9월부터 국내 주요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를 목적으로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에 제동을 걸면서 대출상담사들은 역대급으로 추운 겨울을 맞게 됐다.
3일 현재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가계대출의 한도를 제한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을 전면 중단했고 나머지 3개 은행들은 대출모집인별로 한도를 제한하고 있다.
대출모집인은 은행으로부터 위탁 업무를 받은 법인과 이에 소속된 대출상담사를 통칭한다. 대부분의 대출상담사들은 은행과 계약을 맺은 대출모집법인의 명함을 가지고 일을 하지만 기본급을 보장받지 못하고 수수료로 생활하는 개인사업자다. 고객이 대출을 받지 못하면 상담사의 수익도 0원이 된다.
대출상담사 A 씨는 "기본급 제도가 없어요. 내가 한큼가져가니까 못하면 '꽝'이에요. 10원도 못 가져가는 거죠"라며 "연말까지 4개월 동안 무급휴가"라고 말했다.
은행업은 규제 산업이고 정부의 방향성에 따라 대출 정책이 부침이 크기 때문에 과거에도 은행들이 시기별로 대출모집인의 한도를 줄이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나 올해처럼 그 기간이 길어진 경우는 처음이라는 것이 상담사들의 반응이다.
베테랑 대출상담사 B 씨는 "16년간 일을 하고 있는데 올해처럼 길게 쉰 적은 없다"라며 "지금 예정으로는 연말까지 쉴 것 같은데 내년에도 바로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B 씨는 그냥 쉴 수는 없어 부동산을 중심으로 영업망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은 하고 있다. B 씨는 고정수입이 없는 상황을 견디지 못한 많은 상담사들이 배달 등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더욱이 대출상담사는 대출중개법인에 속해서 일을 하는데 중개법인은 1개 은행에 전속 계약을 맺어 대출을 취급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은행이 대출을 막아버리면 그대로 개점휴업 상대가 된다.
수도권에서 일하는 상담사 C 씨는 "은행들이 '갑'"이라며 '중단하라'고 하면 그냥 따라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대출모집법인이나 상담사들이 사정이 어려워져도 은행 정책에 불만을 말하기 불가능한 구조라는 것이다.
최근 은행권 가계대출의 상당수가 대출상담사를 통해 나간다는 사실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상담사들은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몰렸다.
이런 여론에 대해 상담사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은 부동산 가격 상승 등 다양한데 열심히 본업을 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억제에 나서고 있는 상태에서 대출모집인에 대한 통제도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언제까지 제한할지는 확실치 않지만 연말까지 재개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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