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옥죄기에 기업대출 늘린 은행…부실채권 '경고등'
4대 은행, 상반기말 기업대출 잔액 884조9771억원…지난해 말보다 7.8% 증가
부실채권 비중 확대 부작용도…고정이하여신 작년말보다 16.2% 늘어
- 김현 기자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 속에 은행권이 기업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리면서 부실채권 비중도 지속적으로 확대돼 건전성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22일 국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기업대출 잔액은 총 884조9771억원으로 지난해 말(784조197억원)보다 7.8% 증가했다.
가계대출이 지난 6개월간 2.4% 늘어난 것(562조8504억원→576조1292억원)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3배가 넘는다.
은행별로 △하나은행 222조1415억원 △KB국민은행 218조6157억원 △신한은행 217조2480억원 △우리은행 186조9719억원 순이다.
기업대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부실채권 비중도 확대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4대 은행의 기업대출 중 고정이하(3개월 이상 연체) 여신은 올해 상반기 말 2조8075억원으로 지난해 말(2조4168억원)보다 16.2% 늘었다.
이 역시 가계대출보다 증가폭이 컸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중 고정이하여신은 9696억원에서 1조859억원으로 12.0% 늘어났다.
이로써 4대 은행의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올해 상반기 말 0.33%로, 가계대출 고정이하여신 비율(0.19%)을 상회했다.
은행별 기업 부문 고정이하여신은 △KB국민은행 1조1409억원 △신한은행 5964억원 △우리은행 5697억원 △하나은행 5005억원 등이다.
은행들은 기업대출 관련 부실채권 규모가 아직 심각한 단계는 아니라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부실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 폭등 등의 사유로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서면서 가계여신 증대가 더욱 힘들어진 상황인 만큼 당분간 은행들이 기업여신 자산에 집중하게 되면 부실채권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부실채권 지속 증가는 향후 리스크 확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관리에 신경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우량 기업 여신 위주의 성장전략을 지속하면서 건전성 관리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수익성이 저하됐고, 이자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도 1년 전보다 하락했다고 지적하면서 "기업신용이 최근 빠른 속도로 늘어난 만큼 금융기관들이 산업별 위험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한 바 있다.
gayunlov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