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타' 더 리얼하게…송중기의 치열한 생존기 [시네마 프리뷰]
31일 개봉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리뷰
- 고승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strong>낯설고 생소하지만 기회의 땅, 먹고 살기 위해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한국인들의 치열한 생존기는 어땠을까. 이방인으로서의 삶과 욕망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면서 장르적 재미를 더한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이다.
지난 19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감독 김성제)은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국희(송중기 분)가 보고타 한인 사회의 실세 수영(이희준 분), 박병장(권해효 분)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드라마 영화다. '소수의견'을 선보인 김성제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1997년 IMF 후폭풍으로 인해 콜롬비아 보고타로 떠난 국희와 가족들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아버지 송근태(김종수 분)는 자신만만해하며 보고타를 거쳐 미국으로 가겠다고 말하지만, 보고타에 온 첫날부터 전 재산을 빼앗기며 위기에 처한다. 국희는 낯선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인 상인회의 권력자 박병장 밑에서 일을 시작하고, 박병장은 성실하게 일하는 국희를 눈여겨본다. 그러다 박병장은 테스트 삼아 국희를 의류 밀수 현장에 보내고, 국희는 콜롬비아 세관에 걸릴 위기 속에서도 박병장의 눈에 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물건을 지켜내는 근성을 보인다. 국희는 그렇게 박병장은 물론, 통관 브로커 수영의 눈에 띈다. 수영은 박병장을 믿냐며 국희에게 위험한 제안을 건네고, 박병장 역시 이를 눈치채고 국희에게 또 다른 제안을 한다. 더 많은 돈을 벌고자 하는 국희는 가장 높은 구역인 '6구역'으로 올라가기 위해 결단을 내린다.
'보고타'는 실제로 제작사 대표가 1990년대 당시 보고타를 방문해 한인들의 흥미로운 삶을 목격하고 그로부터 모티브를 얻어 기획됐다고 한다. 영화는 리얼리티에 중점을 두고,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가감 없이 담아냈다. 생존의 문제에서 점차 성공을 좇는 모습, 그리고 그 속에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들을 촘촘하게 표현한 것이다. 여기에 국희의 내레이션을 추가해 실제 삶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일대기 형식으로 시간에 따라 차근차근 전개해 나가는 영화 특성상, 주인공이 여러 차례 겪는 위기가 어렵지 않게 해소되는 지점이 다소 아쉬울 수 있겠다. 이에 영화는 장르적 매력을 더해 부족함을 채우는 것을 택했다. 생존을 위한 한인들의 주먹다짐과 총기 액션, 쫓고 쫓기는 자동차 추격 신 등 현지를 배경으로 한 날것과 같은 거친 분위기의 액션신들이 생생하게 담겨 볼거리를 안긴다.
송중기는 이번 작품에서 19세 소년부터 30대까지 거치며 점차 변화해 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 눈길을 끈다. 특유의 앳된 얼굴은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데 탁월하게 작용했다. 전작 '로기완'에 이어 또다시 이방인의 삶으로 분한 그의 모습도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보고타 한인 사회를 잡고 있는 권해효, 이희준, 박지환 등의 자연스럽고 탄탄한 열연은 극에 힘을 보탰다.
영화는 보고타에서 로케이션으로 촬영으로 진행됐다. 실제 이야기가 전개되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 현실감을 더욱 살렸다. 색색이 돋보이는 이국적인 풍광 역시 스크린으로 볼 만하다. 김성제 감독은 "그 나라의 이미지를 훼손하려고 하는 의도보다는 오히려 현실적인 소재들, 디테일을 가지고 서사를 다루며 범죄적인 요소를 쓰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오는 31일 개봉. 러닝타임 1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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