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강철비' 감독이 본 계엄령…"의아해, 원상복구 예상"(종합)

[N인터뷰]
양우석 감독, 영화 '대가족' 관련 뉴스1과 인터뷰

양우석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 '변호인'(2013) '강철비'(2017) 등 시의적이면서도 사회적 메시지가 있는 영화들을 선보였던 양우석 감독이 가족 소동극 '대가족'으로 돌아왔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대가족'은 스님이 된 아들(이승기 분) 때문에 대가 끊긴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김윤석 분)에게 세상 본 적 없던 귀여운 손주들이 찾아오면서 생각지도 못한 기막힌 동거 생활을 하게 되는 가족 코미디 영화다.

'대가족'은 그간 양 감독이 선보였던 영화와는 다른, 가족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 장르 영화라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대가족' 관련 양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된 4일 오전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령의 여파로 인해 민심이 하 수상한 시국이었고, 기자들 역시 다르지 않았기에 계엄령과 관련한 질문이 가장 먼저 나왔다.

양 감독은 법률적으로 이 상황을 해석했기에 큰 우려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의아함이 있었다고.

"일단 경찰이나 행안부, 행안부 소속 공무원으로 해결될 수 없는 일을 손이 부족하니까 가장 큰 공무원에 준하는 분들(군인)이 오셔서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계엄의 정의죠. 대한민국 경찰 공무원, 기타 공무원이 통제를 잘하는 상황에서 군인들까지 내려와서 질서를 수습할 일일까에 대한 의문이 들었어요. 우리 때는 시험 문제에 자주 나왔어요. 국회의원 정족수에 대한 질문이요. 개헌에 필요한 의결 정족수는 전체의 1/3이고, 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정족수는 1/2입니다. 이게 시험에 정말 자주 나와 외우고 있었어요. 국회의원 1/2 이상이 계엄 해제에 동의하면 그 자리에서 해제인데 이걸 왜 했지, 하는 의아함이 있었죠."

양우석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양 감독은 비상계엄령이 선포될 당시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사실을 알게 됐다. 뉴스를 보라는 말에 놀라 확인했더니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상황이었다고. 그는 "3일 안에 원상복구 될 수밖에 없다 생각했다, 군인들이 여기에 내려와서 질서를 유지할 일이 없었던 것이 확실하다"면서 "어제 전화 준 분과도 농담처럼 말했다, 3일 안에 원상복구라고 얘기했었다, 그런데 3일 보다 짧게 걸렸다, 이건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인권변호사 시절 발생했던 부림 사건을 그린 '변호인'과 현실적인 남북관계에 대해 다룬 '강철비' 시리즈. 모두 시의적인 화두를 다뤘고, 정치인이나 국제정세 등과 관련한 양 감독의 시각이 들어간 작품들이었다. 그래서 양 감독이 전작들과 다소 다른 톤인 가족 소동극 '대가족'으로 돌아올 때 의외라는 반응이 있었다.

양 감독은 데뷔작 '변호인' 이후 쌓아왔던 10년간의 필모그래피를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를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어린 시절 IMF를 경험하고 막 사회에 나온 젊은 세대가 보여주는 순응적인 태도에 대해 도전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 만들었다. '강철비'는 남북 관계 속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전쟁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보여주고 싶었고, '강철비2'에서는 1편의 연장선상에서 강대국들의 영향권 아래 있을 수밖에 없는 남북한을 둘러싼 국제정세를 다뤘다.

양우석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지금 가장 큰 이슈는 어제 무슨 일이 일어졌든 간에 제일 중요한 것은 가족 문제라고 생각해요. 풍족해졌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가족을 만들기 힘든 세상이 됐어요. 정말 인간이 가장 보수적으로 늦게 변하는 것 중 하나가 가족과 장례 문화 같은 가족 관련 일이에요. 지금은 가족간의 관계들도 많이 변했죠. 저희 때도 친척 수를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였는데 지금 아이 한 명이 태어나면 어른이 6~7명씩 있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런 관계도 많이 변했다. 그런 면에서 개인적으로 지금 가장 필요한 얘기가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가족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했어요."

'대가족'의 '대'는 큰 대(大)가 아닌 대할 대(對)를 의미한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는 의미다. 그는 "가족이라는 좁은 의미의, 조선시대적 가족관을 가지고 있던 무옥(김윤석 분)이라는 인물이 가족에 대한 범위를 확대해가는 이야기"라고 영화의 주제를 설명했다.

"저는 이 작품이 '변호인' '강철비'보다 무거운 이야기라 생각했어요. 그 작품들은 특수한 상황이에요. 2024년을 사는 우리에게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요. 물론 어제는 예외입니다. '대가족'은 모두가 아는 얘기에요. 가족 없는 사람은 없어요. 비록 지금 혼자여도 가족이 있어서 우리가 여기 있는거니까, 모두에게 공감되는 이야기여서, 저에게 이게 더 무거웠어요. 쉬운 일은 아니라 생각하기에 진지할 수밖에 없었고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