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버' 날개 달아준 이정재…임지연·지창욱 덕에 영화 좋아져"

[N인터뷰] '리볼버' 오승욱 감독

오승욱 감독(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오승욱 감독이 '무뢰한'(2015) 이후 무려 9년 만에 신작으로 돌아왔다. 오는 7일 개봉하는 '리볼버'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수영(전도연 분)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세밀한 연출력으로 호평을 받은 '무뢰한'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의 '리볼버'에서 전도연을 필두로 임지연, 지창욱, 그리고 우정출연한 이정재, 정재영 등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며 활약을 펼친다. 특히 오 감독은 '무뢰한' 이후 전도연과 재회해 또 다른 모습을 선사한다.

오승욱 감독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리볼버' 관련 인터뷰를 진행하고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배우 임지연(왼쪽부터)과 전도연, 지창욱 2024.7.9/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이정재가 우정출연으로 등장했는데 존재감이 컸다.

▶어마어마하다. 영화가 날 수 있게 날개를 달아줬다. 이정재하고 원래 친분도 있고, 너무 오래 알고 있는 친구인데 이제야 일을 하게 됐다. 이정재가 감독도 했으니까, 현장에서 '형은 어떻게 이런 걸 생각했어?' 이러더라. 이제 감독으로서 이정재도 있더라. 감독으로서 고충을 얘기할 수 있는 사이도 됐다. 항상 팬이라고 말했는데 이정재 감독이 만든 영화의 팬도 됐다. 오래 살다 보니 그렇게 됐다. 하하.

-임지연의 연기는 어떻게 끌어냈나.

▶크게 연기 지도라 할 것도 없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를 봤었고, 영화 '인간중독' 때부터 좋게 봤던 배우다. 그래서 '인간중독'이나 '더 글로리'에서 안 보여준 모습이 나왔으면 좋겠다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임지연과) 만났을 때 그게 느껴지더라, 만나자마자. 내가 DC 코믹스를 잘 알진 못하는데 배트맨과 로빈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로빈이 단순한 조력자가 아닌 것에 대해 설명했는데, 임지연이 이런 얘기를 너무 좋아하고 재밌어했다. 그리고 연기를 잘하니까 믿음이라 생각하고, 하고 싶은 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첫 촬영 날 임지연이 차 문을 열고 나오는 신에서 하늘이 도우셔서 바람에 머리칼이 휘날려서 나오는데 '아이고야' 감탄사가 나오더라. 기분이 좋았다.

-허술하고 지질한 앤디 역에 지창욱을 캐스팅한 이유가 있나.

▶앤디라는 사람은 권력과 돈을 잃고, 뭔가 해보려고 하다가도 자승자박하게 되는 모습을 보인다. 하수영한테도 얻어터지고, 그레이스(전혜진 분)도 하지 말라고 하는 상황의 인물이다. 그런데 거기서 지창욱의 몸짓이 들어오면서 캐릭터를 확 뛰어넘더라. 잘했지만 특히 산속에서 휠체어에 앉아서 다리 떠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지창욱 배우와 내가 궁합이 좋았던 것 같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좋았던 것 같다. 지창욱이 앤디로 들어오면서 이 영화가 훨씬 더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존재감이 약할 수도 있었는데 확 커졌다.

오승욱 감독(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범죄 스릴러 영화임에도 여러 캐릭터로 인한 웃음 포인트가 많은데.

▶내가 그런 걸 좋아한다. '킬리만자로'(2000)에서도 그랬는데, 너무 잔혹하니까 웃어야 할지 싶었지만, 이번에는 영화가 더 가벼워졌으니까. 물론 완전히 코미디를 하려는 게 아니라 그런 인간들이 모이니까 코미디가 되는 거다. 그런 상황 속에서 오는 불안감도 있을 텐데, 이런 모습이 황당하고 웃겼으면 좋겠더라.

-항상 영화를 통해 믿음에 관해 얘기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내 정신세계를 자리 잡은 게 '레미제라블' 등이 있다. 죄지은 인간들이 더 이상 죄를 안 짓기 위하는 내용이다. 그래서 나는 이거 하나라도 (내 영화에서) 잘 다뤘으면 한다. 다음 영화에서는 더 잘하고 싶다. 이번 영화에서는 (신의에 대해) 입장이 좀 바뀐 걸 해봤는데, 다음엔 더 바뀐 모습으로 다뤄보고 싶다. 인간에 대해서 설득력 있게 남들이 안 그려본 방식으로 해보고 싶다. 아직 다음 작품은 없지만, 노력하고 있다.

seung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