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선균 방지법 제정 노력" 봉준호→윤종신 등 문화예술인들 한목소리(종합)
문화예술인 연대회의, 12일 기자회견 갖고 성명서 발표
- 고승아 기자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대중문화예술인들이 배우 고(故) 이선균의 갑작스러운 사망과 관련, 성명서를 발표하고 수사 기관과 언론 등을 향해 목소리를 냈다.
29개 문화예술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결성된 '문화예술인 연대회의'(가칭)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을 열고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의 요구'란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이날 성명 발표 자리는 고인의 소속사였던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의 배우 최덕문이 사회를 맡았다. 더불어 배우 김의성, 봉준호 감독과 가수 겸 작곡가 윤종신, 이원태 감독이 차례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를 제작한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고인의 장례 기간 내내 방송, 음악 등 대중문화예술계가 수사 및 보도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점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우선 문화예술계 성명서를 내고 모아진 의견을 전달하자는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성명서를 발표한 김의성은 "대중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지난 2개월여 동안 그에게 가해진 가혹한 인격살인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유명을 달리한 동료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고인의 수사에 관한 내부 정보가 최초 누출된 시점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2개월여에 걸친 기간, 경찰의 수사보안에 한치의 문제도 없었는지 관계자들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한 봉 감독은 "언론관계자에 대한 취재 협조는 적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함에도, 고인의 3차례에 걸친 소환 절차 모두 출석 정보를 공개로 한 점과 당일 고인의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이 과연 적법한 범위 내의 행위인지 명확하게 밝힐 것을 요청한다"며 "수사당국이 적법절차에 따라 수사했다는 한 문장으로 이 모든 책임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 수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만이 잘못된 수사관행을 바로잡고 제2, 제3의 희생자를 만들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윤종신은 "대중문화예술인이 대중의 인기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용해 악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소스를 흘리거나, 충분한 취재나 확인 절차 없이 이슈화에만 급급한 일부 유튜버를 포함한 황색언론들, 사이버 렉카의 병폐에 대해 우리는 언제까지 침묵해야 하나, 정녕 자정의 방법이 없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원태 감독은 "설령 수사당국의 수사절차가 적법했다고 하더라도 정부 및 국회는 이번 사망사건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형사 사건 공개금지와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에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법령의 제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 수사당국이 법의 취지를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하는 일이 없도록 명확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정상민 부대표는 "소중한 동료를 잃었다, 슬픔과 분노를 헤아릴 길이 없다, 그리고 부끄럽다"라며 "이 비극에 조사중인 피의 사실을 기정사실인 것처럼 언론에 노출한 수사 기관과 이를 선정적으로 받아쓰기한 언론이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하겠다, 공감하시는 분들은 함께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 최정화는 향후 계획에 대해 "문화예술계 전반이 함께 대응해 나갈 수 있는 연대회의체를 구체화할 예정"이라며 "피의사실공표 및 유출에 대한 본 성명서를 국회의장에 전달할 예정이며, 불법적인 수사 관행과 황색 언론에 대한 의견을 촉구하기 위한 성명서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선균 방지법을 제정하기 위해 뜻을 같이 하는 단체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각 단체들이 말한 의견에 대해서도 함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현장에는 장항준 감독, '기생충' 제작자 곽신애 대표, 한국영화감독조합을 맡고 있는 민규동 감독, 엣나인필름 대표이자 한국영화수입배급협회 정상진 대표, 여성영화인모임 김선아 대표,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송창곤 사무총장, 드라마제작사협회 배대식 사무총장 등 한국 영화계 및 방송계 주요인사들도 참석했다.
문화예술인 연대회의에는 부산국제영화제, 한국매니지먼트연합, 한국드라마제작사연합,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한국방송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등 29개 영화 및 방송 관련 단체가 뜻을 함께한다. 또한 전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위원장, 배우 송강호 등 문화예술인 2000여 명이 뜻을 모았다.
앞서 이선균은 자난해 10월 마약 투약 의혹에 휩싸였고, 간이 시약 및 신체 정밀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이후 이선균은 지난해 12월27일 오전 서울 성북구의 한 노상에서 차량 안에 쓰러진 채 발견됐다. 당시 이선균은 의식이 없었고, 경찰의 공동 대응 요청을 받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은 이날 오전 10시30분쯤 이선균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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