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감자 명창 '정년이'와 슈퍼샤이한 '정숙씨'를 응원해 [N초점]
- 윤효정 기자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정년이'와 '정숙한 세일즈'가 호평 속에 출발했다. '국극'과 '성인용품'이라는 전혀 다른 소재와 배경을 바탕으로 한 두 드라마의 매력을 살펴봤다.
지난 12일 베일을 벗은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극본 최효비/연출 정지인)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단 2회 만에 8.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를 기록하면서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대하는 성적을 낸 것. 1950년대 한국전쟁 후를 배경으로,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찬란한 성장기를 그린 '정년이'는 익숙한 이야기에 '국극'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더해 안정적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홀어머니 아래 가난하게 성장한 왈가닥 소녀가 꿈을 이루기 위해 가족과 고향을 떠나는 이야기, 천부적인 재능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시기와 질투를 받지만, 역경을 딛고 빛을 내는 성장극. '정년이'가 보여준 이야기는 물론 앞으로의 전개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성장극의 정석을 따라가는 '정년이'를 새롭게 만드는 것은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국극' 소재. 순식간에 표정을 바꿔서 소리를 하는 배우들의 모습은, 시청자들도 국극에 푹 빠지게 만든다.
정년이 역할의 김태리를 비롯해 배우들의 노력이 빛을 발한다. 캐스팅과 동시에 소리 연습을 했던 이들의 피땀눈물에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원작가의 '정년이' 모티브였던 김태리는 타이틀롤을 맡아 정년이 그 자체로 살아숨쉰다. 시장의 행인들을 사로잡는 목포소녀, 어머니와의 갈등 속에서 좌절하는 딸, 그리고 매란국극단에 입성해 당찬 모습과 반짝이는 눈빛으로 무대를 바라보는 연습생 정년을 다채로운 얼굴로 그려낸다.
국극단의 왕자님 문옥경 역할을 맡아 본래의 중성적인 매력을 살리며 눈길을 사로잡는 정은채, 정년이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또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는 신예은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정년이'는 시청률은 물론 K-콘텐츠 온라인 화제성 분석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10월 2주차 TV-OTT 드라마 화제성 조사에서도 1위로 출발했다. 앞으로의 성적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같은날 베일을 벗은 JTBC 토일드라마 '정숙한 세일즈'(극본 최보림/연출 조웅)는 '성(性)'이 금기시되던 그때 그 시절인 1992년 한 시골마을, 성인용품 방문 판매에 뛰어든 '방판 씨스터즈' 4인방의 자립, 성장,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금제 고추아가씨 출신 '주부' 한정숙(김소연 분)을 중심으로 대졸 사모님의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오금희(김성령 분) 네 아이를 둔 엄마 서영복(김선영 분) 미혼모 이주리(이세희 분)까지 저마다의 사연을 넘고 보다 더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여자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담는다.
그저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어서 제 자식들에게 좋은 것을 해주고 싶고, 고리타분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작은 바람에서 방문 판매를 시작했지만, 꽉 막힌 세상 속에서 시대를 앞서간 물건을 판매하는 건 편견에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일이었다.
너스레 한 번 떨지 못하는 성격의 부끄러움 많은 정숙이지만, 어떻게든 돈을 벌고 싶어서 성인용품 판매에 뛰어들었다. 일보다 힘든 것은 편견과 비난의 벽이었다. 정숙은 "성인용품만 팔겠냐"며 수군거리는 사람들, "매춘도 사업이냐"라면서 화를 내는 남편의 매서운 눈초리가 텅 빈 지갑보다 더 서러웠다. '진취적이고 현대적인 여성'이면서 '정숙한 아내'의 모습을 요구하는 남편의 곁에서 꽃꽂이하는 게 하루 일과의 전부인 금희도 창살 없는 감옥을 느끼기는 마찬가지였다. 무능한 남편에 네 아이를 먹여 살려야 하는 영복과 '예쁜' 미혼모라는 이유로 동네 사람들로부터 옷차림 지적까지 공공연하게 받던 주리 등 각자의 환경과 사연을 풀어낸 '정숙한 세일즈'였다.
'드나들기' 편하게 디자인된 팬티를 보며 신문물을 접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는 금제의 아주머니들을 보며 절로 웃음이 나온다. 성인용품을 보고서는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혀를 끌끌 차는 모습. '성'을 감추고 '욕망'을 억누르던 사람들의 마음속에 조금씩 변화가 찾아온다. 자신의 욕망을 마주하고 자신을 드러내고 그렇게 하나씩 금기를 깨고 나아갈 이들을 유쾌한 마음으로 응원하게 만든다.
2회까지 네 여자의 사연과 이들이 '방판 시스터즈'가 되는 배경을 설명했다. 그저 열심히 살고 있는 그들을 멋대로 무시하고 수근거리는 세상의 편견 앞에 서로에게 서로가 든든한 편이 되어주는 방판 시스터즈가 줄 위로와 웃음이 기대를 모은다. 약간의 아쉬움이라면 템포를 높이는 것. 흥미로운 소재와 유쾌하고 귀여운 매력의 장점을 더욱 돋보이게 할 속도감은 필요해 보인다.
'정숙한 세일즈'는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시청률 1회 3.9% 2회 4.5%를 기록했다. 앞으로의 성적도 지켜볼 포인트다.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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