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시대…'흥정하듯 결정' 방식 37년만에 바뀔까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 탄핵정국 속 개선안 발표 늦어질 듯

ⓒ News1 이승배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1988년 최저임금제도 시행 이래 37년 만에 처음으로 '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노사 간 소모적 갈등을 거듭해 온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선 문제가 올해 매듭지어질지 관심이다.

앞서 전문가들 안팎에선 그동안 정권 입맛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률이 등락을 거듭해 온 만큼, 객관적 자료를 중심으로 한 결정 기준 산식을 만들 것을 제언하는 등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을 꾸준히 언급해 왔다.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족한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는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집중적인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연구회는 이달에도 논의를 진행해 이른 시일 내 개선방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이뤄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합의제 방식으로 매년 결정한다. 하지만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37년 이래로 노사 간 합의에 따라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은 7차례 뿐이다.

최저임금액은 그동안 명확한 근거 없이 노사가 '흥정하듯' 졸속으로 결정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노사는 매년 논의 때마다 소모적 갈등을 유발하며 부딪혀 왔고, 법정시한을 넘기고 나서야 결국 공익위원들의 표결에 의해 결정하는 구조로 굳어져 왔다.

지난해에도 2025년 최저임금은 캐스팅보트인 공익위원들의 손에 의해 결정됐다. 최저임금 산출 방식은 또다시 전례 없는 산식에 의해 바뀌었다. 명확한 기준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됐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최저임금위원회 내부에서조차 시스템에 한계를 느낀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노사 간 격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공익위원들은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하고, 이 구간 내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문제는 노사 중재를 위해 제시된 '심의 촉진 구간' 설정 기준이 객관적 기준 또는 산식 없이 매년 달라진다는 점이다. 노동자의 최소한 생계를 보장할 최저임금 결정이 표결로 흥정하듯 정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에도 결국 표결로 결정되자 정부는 이런 비판을 수용해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선에 착수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전·현직 공익위원 등 총 9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는 11월 발족 후 지난 연말까지 두 달 간 집중 운영할 예정이었다.

당초 연구회는 연말에 최종 논의를 종료한 후 1월께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12·3 비상계엄 파동에 더해 탄핵정국까지 이뤄지면서 일정이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연구회는 현장의 실태와 의견을 적극 고려하고 반영할 수 있도록 노사 의견수렴과 현장 방문, 공개 세미나·토론회 등도 병행하려 했지만, 진행하지 못했다.

연구회는 현재까지 최저임금 심의 구간을 설정한 후 본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는 이원화 구조, 결정체계를 구간설정·결정으로 분리하는 개편안 등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연구회에서 개편안을 도출해 낸다고 하더라도 실제 제도 변화까지 이뤄지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2026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해 3월 말 고용부 장관이 심의 요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 개편이 입법 사안인 만큼 사회적 합의와 국회 본회의 통과 등의 관문도 넘어야 한다.

지난 2019년에도 정부는 전문가들과 노·사·공익이 결정구조를 이원화하는 방식의 개편을 추진했으나 노동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아울러 탄핵정국이 도래하면서 정부 정책 기조의 연속성이 불투명한 상황도 제도 개편에는 먹구름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당초 연구회를 발족하면서 논의의 시한을 못 박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유롭게 다양한 방안들이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최종 논의나 개선방안 발표 등은 연구회의 주도 아래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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