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경제심리 2년來 최악 '뚝'…한은 "여야정 추경 협치를"

뉴스심리지수 계엄 후 1주만에 평상 수준→2년래 최악으로
"대외에 정치-경제 분리 보여야…여야정 추경 합의해 추진해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 14일 오후 서울역에서 관계자들이 조선일보 호외를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조선일보 제공)2024.12.14/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이후 단 1주 만에 경제 심리가 평상시 수준에서 2년 만에 최악 수준까지 곤두박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인 코로나19 1차 확산 때와 맞먹는 하락세로, 여·야·정이 경제 심리 회복을 목표로 정책 대응에 힘을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계엄 후폭풍을 맞은 정치권이 사분오열로 시끄러운 사이,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까지 발 벗고 나서서 정부에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촉구한 배경이다.

16일 한은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경기 선행 지표로 알려진 한은 뉴스심리지수는 9일 83.19로 직전 공표일인 6일(88.67)보다 5.48포인트(P) 급락했다. 계엄 선포 직전인 2일(93.52)과 비교하면 10.33P 추락했다.

지난 2022년 12월 9일(82.55) 이후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뉴스심리지수는 언론사 경제 뉴스 문장을 매일 1만개씩 임의로 추출해 긍정·부정 등의 감성을 분류한 뒤 작성하는 지수다. 기준치 100보다 높으면 우리 경제 심리가 과거 평균보다 낙관적임을, 낮으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지수는 한국 경기의 향방을 미리 알려주는 선행 지표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은은 뉴스심리지수가 소비자심리지수(CCSI)에 1개월, 주요 실물 경제 지표에 1~2개월 선행한다고 밝혔다.

계엄 선포 이전만 해도 뉴스심리지수는 90대 후반으로 하반기 월평균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반기 월평균 지수는 각각 △7월 106.66 △8월 99.47 △9월 98.84 △10월 100.61 △11월 100.62로 집계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인 5일 87.82(전기 대비 -5.15P, -5.5%), 9일 83.19(전기 대비 -4.34P, -5.0%) 등에는 위기 수준에 해당하는 급락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5일은 국제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대유행을 선언하면서 국제 증시가 폭락하고 경제가 혼란에 빠졌던 2020년 3월 13일(-4.39P, -6.0%) 이후 약 4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세였다.

이 같은 경제 심리 위축은 안 그래도 냉각된 내수 경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10~12일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등에 종사하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8.4%가 계엄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론 매출이 절반 넘게 감소했다는 소상공인이 36.0%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30∼50% 감소(25.5%) △10~30% 감소(21.7%) △10% 미만 감소(5.2%) 순이었다.

이에 국내외 증권사에서는 계엄 여파로 연말 소비가 위축되고 외국인 여행객이 줄면서 올해 성장률 0.04%p 하락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내년 성장률의 경우 기존 예측치인 1%대 후반에서 중반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제기됐다.

영국 경제 분석 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이 1.5%로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이며, 추후 경기 하방 위험이 우세하다고 평가했다. 또 정치 기능 저하로 확대 재정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통화정책 부담이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노무라증권도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 타격으로 경제 전망 경로에 하방 위험이 확대됐다며, 내년 성장률은 시장의 기존 예상치보다 낮은 1.7%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 심리 위축이 실제 경기 하강으로 이어지기 이전에 여·야·정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고환율이 계속되면서 자유로운 통화정책 운영이 제약된 만큼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는 의견도 나온다.

한은도 전날 공개한 '비상계엄 이후 금융경제 영향 및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실물 경제 측면에서는 경제 심리 위축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그 영향을 관리할 필요가 증대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추경 등 주요 경제 정책을 조속히 여야가 합의해 추진함으로써 대외에 우리 경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모습을 가급적 빨리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과거 탄핵 정국과 현재 경기 여건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전 사례와 마찬가지로 경제 정책이 정치 상황과 분리되고 경제 시스템이 여·야·정 합의로 운영된다는 신뢰가 유지될 경우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