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안녕" 외인 제치고 물건넌 개미들…사상 첫 1조 달러 '눈앞'
코로나 때부터 서학 매진한 韓…외국주식 보유 두자릿수 증가율
사상 첫 내-외국인 주식투자 역전…'증시 호조' 日선 반대 상황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우리나라 거주자의 해외 증권투자 잔액이 1조 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 주요국의 금리 인하와 함께 달러 강세 기조가 지속되면서 연말에도 지금과 같은 해외 증권투자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22일 한국은행의 국제투자대조표를 보면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거주자의 해외 증권투자 잔액은 9969억 달러로 사상 첫 1조 달러 돌파를 불과 31억 달러 남겨뒀다. 1조 달러는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1397조 원에 달한다.
해외 증권투자 잔액이 6월 말 이후로 석 달 새 646억 달러 급증한 결과다.
특히 거주자의 해외 증권투자는 지난해와 올해 특히 활발해져 이번에 처음으로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 잔액(9575억 달러)을 상회했다.
지난 6월 말에는 거주자의 해외 증권투자 잔액이 9324억 달러,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 잔액은 9842억 달러로 나타난 바 있다.
석 달 새 사상 최초로 내-외국인 증권투자의 '역전'이 일어난 것이다.
이 같은 해외 증권투자 급증은 작년 말부터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거란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오름에 따라,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투자 열풍이 거세진 영향이 컸다.
실제로 한은이 집계한 금융자산부채잔액표를 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보유한 금융자산 중 '비거주자 발행주식'은 지난 2분기(4~6월) 1년 전보다 33.5% 급증한 114조 1230억 달러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올해 1분기(28.0% · 전년 동기 대비)와 작년 4분기(33.2%)에도 두 자릿수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가계가 보유한 거주자 발행주식 및 출자지분 증가율은 △2분기 2.4% △1분기 6.4% △작년 4분기 16.4% 등으로 가계의 해외주식 보유량 대비 증가세가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소위 국장(국내 증시)에 뛰어드는 개인 투자자들은 별반 늘지 않았거나 국장 수익률이 신통찮았던 반면에 서학개미(해외주식 개인 투자자) 행렬은 오히려 늘어나면서 수익률도 짭짤했던 상황으로 풀이된다.
특히 우리나라 가계는 2020년을 기점으로 해외주식 보유를 빠르게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가 보유한 해외 주식 규모는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9년 3분기만 해도 11조 9071억원에 그쳤으나, 2020~2021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응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저금리 정책을 펼치면서 세 자릿수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을 여러 번 찍었다.
대표적으로 2020년 1분기 105.8%에 이어 2분기 173.3%, 3분기 227.4% 등으로 가계의 해외주식 보유 규모는 증가율이 점차 높아졌다. 급기야 2021년 1분기에는 300.8% 폭증했다. 같은 기간 가계의 국내 주식 보유 증가세(67.3%)의 약 5배에 육박한다.
한은은 이 같은 해외주식 선호 현상이 국내 경제 성숙에 따라 가계 등이 점차 높은 금융 자산 수익률을 좇아가는 현상이라고 본다.
일각에서는 국장 수익률이 다른 증시보다 크게 낮아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외면한 것이라고 해석하나, 한은은 앞으론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박성곤 한은 경제통계국 국외투자통계팀장은 "주식투자가 장기 관점에서 투자하는 부분도 있지만 차익 거래를 노린 단기 투자도 많다"며 "3분기 우리 개인 투자자들은 외국 주식을 많이 샀지만 팔기도 많이 팔았다"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다만 매수가 우세해 (해외주식이) 순매수였던 상황"이라며 "미국 증시가 요즘 고점이라는 설도 나와 연말 미 대선 효과를 지나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와 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은 동경사무소에 따르면 6월 말 일본 가계의 주식 및 투자신탁 보유량은 428조 8000억 엔으로 조사됐다. 2년 전보다 128조 엔(1160조 원)가량 급증한 규모다.
사무소는 "가계의 투자신탁 자산 규모는 2022년 말부터 증가해 왔다가 올해 들어 증가세가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이는 일본 내 증시 호조로 가계 자금 유입이 이전보다 확대되고 평가 가치가 상승한 데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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