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소비 비중 1%p 늘면 물가 0.07%p↓…고용은 年3.4만명 줄어
KDI '온라인 소비 확대가 물가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택배·물류 일자리 늘지만 대면서비스업 등 타업종 고용 감소"
- 김유승 기자
(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온라인 소비 비중이 1%포인트(p) 늘면 상품 물가상승률이 0.07%p 낮아지지만 고용은 연간 3만 4000명 줄어든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이 나왔다.
김지연 KDI 연구위원은 29일 '온라인 소비 확대가 물가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상품 거래액은 2017년 전체 소매판매액의 14% 수준이었으나, 올해 2분기에는 27%로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또 보다 제한된 범위의 온라인 거래를 반영하는 '무점포 소매판매액'(온·오프라인 병행업체 판매액 및 서비스 미포함) 기준으로도 온라인 상품소비 비중은 22%로 높은 수준이었다.
김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2020년에 온라인 소비 비중이 크게 확대됐으며, 일상 회복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기존 추세를 상회하는 등 소비의 온라인 전환이 단지 일시적인 변화에 그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보고서는 2017년 1분기~올해 2분기 온라인 소비 확대와 전체 소비자물가의 44.8%를 차지하는 상품 물가상승률 간의 관계를 분석했다. 이를 위해 상품군별 물가상승률을 종속변수로, 온라인 소비 비중을 설명변수로 포함한 패널고정효과 모형을 추정했다.
그 결과 온라인 소비 비중이 1%p 오르면 해당 연도 상품 물가상승률은 0.07%p 하락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2024년 온라인 소비 비중이 14%에서 27%로 증가한 점을 감안할 때, 소비 형태의 온라인 전환이 같은 기간 상품 물가를 2.4% 낮추었음을 시사한다. 이는 2017~24년 기간 상품 물가상승폭(19%)의 약 13%에 해당한다.
또 소비자물가 중 상품의 가중치(44.8%)를 적용하면, 온라인 소비 확대는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를 약 1.1% 낮췄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온라인 소비 확대는 물가를 낮추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고용을 감소시키는 부정적 효과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구조적 벡터자기회귀모형을 이용해 온라인 소비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는 충격이 발생할 경우 고용에 미치는 단기적 파급효과를 추정했다.
분석을 위해 온라인 소비 비중은 소매판매액(면세점, 승용차 및 연료소매점 제외) 대비 무점포 소매판매액 비중으로 구했다. 고용 변수로는 온라인 소비와 밀접한 3개 업종인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운수·창고업 취업자 수 증감을 사용했다. 분석 기간은 2011년 1분기~올해 2분기다.
그 결과 온라인 소비 확대의 영향은 업종별로 다르게 나타났으나, 대체로 충격 발생 1~2분기 후 극대화되고 1~2년 후에는 사라졌다.
온라인 소비 비중 1%p 확대 충격이 발생한 해당 분기를 포함해 1년 동안의 평균 고용 반응은 숙박·음식점업에서 2만 3000만 명 감소했으며, 도소매업은 1만 9000명 감소했다.
운수·창고업에선 8000명 고용 증가 효과가 나타났지만, 타업종의 감소 폭과 비교해 작은 수준이었다.
김 연구위원은 "온라인 소비 확대는 공급자 측의 비용 절감 및 경쟁 촉진을 통해 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고용에는 일정 기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택배·물류 부문 일자리를 포함하는 운수·창고업에선 고용 창출 효과가 있었으나, 대면서비스업에서의 감소세를 소폭 완화하는 데 그치고 있어 종사자들의 업종 간 이동이 원활하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전자상거래 기술 발전과 온라인 소비 확대로 발생하는 물가 안정 효과가 관련 산업의 독과점화로 저해되지 않도록 시장 여건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노동시장에서는 업종 간 고용 조정을 촉발하고 있어 이에 대응한 경제·사회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통적인 도소매업 종사자들의 온라인 판로 확대를 지원하는 한편, 전직 사양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재교육을 강화해 원활한 업종 전환을 도울 필요가 있다"며 "택배·물류 부문의 성장과 함께 특수고용직 등 기존의 취업 형태와 성격이 다른 근로자들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음을 고려해, 실효성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k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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