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도 못낸 기업 100곳 중 48곳 '최대'…매출·영업이익 '최악'

2023년 기업경영분석…영업이익

(자료사진)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지난해 경기 부진과 고금리 여파로 국내 기업 2곳 중 1곳은 영업해서 번 돈으로 대출 이자마저 갚지 못하는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 적 없던 최악의 기업 경기를 지나온 셈이다.

매출액증가율과 영업이익률, 이자보상비율 모두 통계 편제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3년 연간 기업경영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해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은 전체의 42.3%를 차지해 전년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3년 이후 이 비율이 40%를 넘은 것은 지난 2022년이 처음이었다.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비중이 2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이어간 것이다.

한은은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기업(93만5597곳)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실시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이자 비용이 0인 경우 지표가 정의되지 않는 이자보상비율의 한계를 보완해 신규 개발한 보조지표인 '수정 영업자산이익률'을 보면, 해당 비율이 0% 미만인(영업이익보다 이자 비용이 큰) 기업 비중은 47.8%로 전년(45.3%)보다 2.5%포인트(p) 높았다.

사실상 작년 우리 기업의 절반 정도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치르지 못한 셈이다.

수정 영업자산이익률은 영업이익에서 이자 비용을 뺀 뒤 영업자산으로 나눈 값을 의미한다. 수정 영업자산이익률이 0 미만(영업이익<이자 비용)인 경우는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 비용) 100% 미만인 경우처럼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보다 작음을 가리키며, 이자보상비율과 달리 이자 비용이 없는 기업 대상으로도 산출할 수 있다.

(한은 제공)

기업 성장성을 보여주는 매출액 증가율은 마이너스(-) 1.5%로 1년 전(15.1%)보다 16.6%p 급격히 악화했다.

이는 2010년 통계 편제 이후 13년 만의 최저치다. 코로나19 확산 직후였던 2020년(-1.1%) 매출액 감소세마저 뛰어넘었다.

기업 수익성을 나타내는 매출액영업이익률은 3.5%로 전년(4.5%) 대비 1%p 떨어졌다. 원래는 기업이 1000원어치를 팔면 45원을 남겼으나 작년에는 35원밖에 못 남겼다는 뜻이다.

영업이익률 또한 2009년 통계 편제 이후 1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경신했다.

강영관 한은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장은 "2023년 비금융 영리법인의 성장성과 수익성은 전년 대비 악화했다"며 "IT 기기와 서버 수요 둔화 등에 따른 반도체 수출 감소로 매출이 감소한 데다, 도소매업의 경우 글로벌 경기 둔화 등에 따른 원자재 트레이딩 감소 등으로 매출이 뒷걸음쳤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주요 대기업이 많이 포진한 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요 업종에서 성장세가 아주 크게 감소하면서 역대 최저 숫자가 나온 것"이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적자를 기록했을 정도로 제조 대기업 쪽이 더 크게 악화했다"고 부연했다.

(한은 제공)

작년 전체 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191.1%로 전년(348.6%)보다 157.5%p 크게 추락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전년보다 돈을 더 못 버는 가운데, 고물가를 잡기 위한 고금리 정책이 설상가상 겹치면서 기업 수익성과 이자 지급 능력이 급격히 뒷걸음친 상태로 해석된다.

이에 기업 안정성을 보여주는 부채비율(122.3%→120.8%)은 하락했다. 차입금의존도(31.3%→31.4%)는 소폭 상승했다.

강 팀장은 "부채비율이 조금 상승했다고 하지만 과거 평균에 비해서는 아직 낮고 차입금 의존은 과거 평균에 근접한 수준이어서 특이한 요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올해는 기업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강 팀장은 "상반기까지 매출액 증가율, 영업이익률이 좋았고 3분기 기대가 하향 조정됐음에도 실적 자체는 좋게 나오고 있어 당연히 올해는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