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영끌족에 경고 "초저금리 안온다…이자 감당 고려해야"(종합)

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0.25%p 낮춰…"매파적 인하" 평가
8월 인하 실기론 반박…"금리 안 내려도 가계대출 10조 늘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2024.10.11/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김유승 김혜지 손승환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한국은 미국처럼 기준금리를 0.5%포인트(p)씩 내릴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기준금리가 예전의 0.5% 수준으로 갈 가능성은 아주 작다"고 말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3년 동안의 고금리 기조에서 벗어났지만, 빠른 추가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매파적 인하' 방침을 강조한 셈이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에서 통화정책방향 간담회를 열고 이른바 '영끌족'에 대한 경고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에 앞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기준금리를 3.25%로 0.25%p 인하했다. 이는 4년 5개월 전 코로나19 확산기 이후 첫 금리 인하이자, 3년 2개월 동안 이어진 통화 긴축 기조의 종료로 해석됐다.

이 총재는 "한동안 금리가 예전의 0.5% 수준으로 갈 가능성이 매우 작기에 부동산 투자 비용이 작을 것이라고 생각지 말라"면서 "한국도 기준금리를 0.5%p씩 내린 미국처럼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했다. 이로써 한은은 2021년 8월 기준금리 0.25%p 인상을 시작으로 진입한 통화 긴축 터널에서 3년 2개월 만에 빠져나오게 됐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이번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는 장용성 금통위원이 동결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아울러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1명만이 3개월 뒤 기준금리를 3.25% 아래로 내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5명은 모두 3개월 동안 기준금리 3.25% 유지를 주장했다.

이 총재는 "5명은 기준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고, 미국 대선 결과와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 상황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1명은 거시건전성 정책이 작동하기 시작했고 필요시 정부가 추가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내수 하방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라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이번 결정을 '매파적 인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9월 데이터로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안정화됐다고 단언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하면서 금융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통위가) 인하를 하지만 금융 안정에 대한 고려를 상당한 정도로 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매파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평했다.

11월 인하 여지를 묻는 질문에는 "금통위원 5명이 3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하겠다"고 전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2024.10.11/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이 총재는 빚을 내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이른바 '영끌족'을 향해선 "갭 투자를 하고 싶으면 금융 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고려하면서 하시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경고했다.

또 "중장기적으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면서도 "DSR 규제가 단기적 부작용이 있어 가계대출 상황을 보고 정부가 판단하겠다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한은이 경기 침체 대응을 위해 8월에 금리 인하에 나섰어야 한다는 '실기론'에 대해선 "1년 정도 지나 경기 상황과 금융 안정을 달성했는지 보고 평가해달라"고 반박했다.

그는 "8월 금리 인하를 하지 않았는데도 가계대출이 10조 원 늘어난 것은 예상한 것인지 (실기론을 주장하는) 그분들에게 오히려 물어봐 달라"고 했다.

이 총재는 고물가 시기 한은이 금리를 더 올리지 않아 지금의 상황이 초래됐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물가 목표 2%를 달성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외환시장 문제 등에 큰 어려움 없이 대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리를 더 큰 폭 인상했다면 자영업자의 고통과 내수 부진이 훨씬 더 심각했을 것"이라며 "주요국보다 적은 폭 인상으로 물가를 관리한 것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금리를 내렸지만 최근 은행권에서 주택 관련 대출 금리를 높이며 '엇박자'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국내 은행의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70% 이상이 부동산으로 과도하게 쏠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전체적으로 가계부채로 쏠린 금융시장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 은행들이 가계대출 금리를 올리고 대출 기준을 올리는 것을 엇박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국채가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된 데 대해선 "감개무량하다"며 "최근 2~3년간 정부가 외환시장 구조 개선을 위해 외국인 투자자 접근성을 강화하고 원화 시장을 개방하는 등의 노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k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