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 괴담'에 국가전력망 구축 지연…김동철 "흑색선전 불과"

하남시 동서울변전소 증설 불허 등 전력망사업 지연 사례 잇따라
'전자파 안전성' 걱정에 주민수용성↓…"국가경쟁력 저하" 우려

김동철 한전 사장이 28일 산업통상자원부 세종청사를 찾아 '전력망 구축'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News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나날이 증가하는 전력수요에 송·배전 전력망 적기 구축이 시급하지만, 전자파 안전성 등을 이유로 한 낮은 주민수용성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주민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쉽게 사업 인허가도 내주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력망 적기 구축 지연에 따른 불필요한 예산 낭비만 수조원대로 쌓이고 있다. 실례로 2016~2022년 충남 당진화력-신송산 송전선로 건설 지연으로 인한 불필요한 예산 낭비만 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전선로를 적기 구축해 발전원가가 저렴한 발전기 가동이 이뤄졌다면 2조 원은 아낄 수 있었다는 얘기다.

28일 한국전력공사(한전)에 따르면 전국 곳곳에서 전력망 건설 지연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주요 지연사업은 △500㎸ 동해안-수도권(66개월) △345㎸ 북당진-신탕정(150개월) △345㎸ 당진TP-신송산(90개월) △345㎸ 신시흥-신송도(66개월) △345㎸ 신장성S/S, 송전선로(77개월) 등이다. 이들 지역 대다수는 입지선정을 기약 없이 미루거나, 사업 인허가를 불허하는 방식으로 사업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하남시에서는 한전의 345㎸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건축허가를 비롯한 동서울옥내화 토건공사 행위허가,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관련 전력구 정비공사, 500㎸ 동서울변환소 본관부지 철거 공사 등 4건의 건축‧행위허가를 모두 불허하기도 했다.

주요 전력망 건설 지연으로 인한 피해는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 서민가구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또 급증할 전력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게 될 경우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단 산업의 국가경쟁력도 저하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 송도·시흥 바이오 클러스터 공급을 위한 '345㎸ 신시흥-신송도 건설사업'도 66개월이나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전의 전력망 구축사업이 애를 먹는 가장 큰 원인은 이전부터 이어져 온 '전자파 안전성'에 대한 우려다.

발단은 과거 1979년 미국 덴버지역 소아암과 전력선 자계 노출 관련성 연구에서 '송전선로 주변 주거지역 소아백혈병 발병률이 높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는데, 이후 이를 입증할 만한 과학적인 후속 연구 결과나 WHO(세계보건기구)의 공식입장 등은 나온바 없다는 게 한전 입장이다.

그럼에도 막연한 불안감에 편승한 왜곡된 사실들이 확산하면서 국가정책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따른 막대한 사회적비용도 문제다. 대표적으로 2016~2022년 충남 당진화력-신송산 송전선로 건설 지연으로 인한 불필요한 예산 낭비만 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전선로를 적기 구축해 발전원가가 저렴한 발전기 가동이 이뤄졌다면 2조 원을 아낄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한전은 '전자파 위험성'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제3의 전문기관을 통한 투명한 정보제공 체계 확립 등 전력설비 전자파 이해증진을 위한 각종 방안을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대내적으로는 전력설비 전자파 이해증진을 위한 온오프라인 홍보관을 운영, 국민 수용성 향상에 노력한다. 국제적으로는 WHO와 함께 보건·의료분야 정부산하 비영리 중립기관을 활용한 '전력설비 전자파 연구센터' 설립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직접 기자들과 만난 김동철 한전 사장은 "전력망 건설은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라며 "전자파와 관련한 걱정은 일부 세력들의 흑색선전과 악의적인 주장에 불과한 괴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 사무실도 지하변전소 위에 위치해있다. 문제가 있다면 이미 증상이 나타나야 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김 사장은 "한전은 국가기관 전력망 공사기간을 어떻게든 단축시키기 위해 국회 및 정부와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에 있다"면서 "여기에는 지역주민을 위한 파격적인 지원과 보상방안도 담겨있는 만큼 국민들께서도 관심과 응원을 보내 달라"고 당부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