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상수지 눈높이 높아진다…이미 '작년 한해' 기록 넘겨
주요 IB, 韓 경상수지 기대↑…한은도 22일 상향조정 유력
내수 위축에 줄어든 수입, 하반기 얼마나 늘어날지가 관건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두 달 전 전망했던 600억 달러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누적 흑자만으로 벌써 지난해 연간 기록을 제쳤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이미 한국의 경상수지 눈높이를 높여 잡은 상태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내수 위축에 따른 수입 감소가 빚어낸 결과로 풀이된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경상수지는 377억 3000만 달러 흑자로, 상반기 기준 2021년(407.7억 달러)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흑자 폭을 경신했다.
지난해(11.5억 달러), 2022년(244.7억 달러) 상반기 실적을 모두 제쳤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상반기(211.7억 달러) △2018년 상반기(292.6억 달러) △2017년 상반기(304.4억 달러) 기록까지 모조리 뛰어넘었다.
올 들어 반년 동안의 기록만으로 작년 연간 354억 9000만 달러와 2022년 연간 258억 3000만 달러를 눌렀다.
이 같은 경상수지 개선은 주로 상품수지 덕분이었다. 올 상반기 상품수지는 442억 7000만 달러 흑자로, 상반기 기준 2018년(507.1억 달러) 이후 6년 만에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작년 311.9억 → 올해 341.6억 달러)한 가운데,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내수 위축으로 수입이 감소(315.2억 → 297.3억 달러)하면서 상품수지 흑자 폭이 확대된 결과로 분석된다.
한은이 오는 22일 발표할 수정 경제 전망에서 연간 경상수지 기대치는 대폭 상향 수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상반기 실적이 지난 5월 전망치(279억 달러)를 100억 달러 가까이 웃돌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직전 전망 당시 한은은 올 연간 경상수지를 600억 달러로 제시했으나, 지난달 경제 상황 평가에서는 "당초 전망을 크게 상회할 것"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글로벌 IB들은 이미 우리나라 경상수지에 대한 기댓값을 높여 잡았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요 IB 8곳은 올해 한국의 경상수지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평균 3.6% 수준으로 내다봤다.
석 달 전만 해도 이들 IB는 한국의 경상수지를 GDP 대비 평균 3.3%로 전망하고 있었다. 당시 GDP 성장률은 최신 집계와 동일한 평균 2.5%로 예상됐다.
같은 GDP 성장률을 예상하면서, 경상수지에 대한 눈높이만 0.3%포인트 상향 조정한 셈이다.
다만 한은은 하반기 경상수지 전망과 관련해 특히 상품수지의 흐름을 단언하기 어렵다면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전날 설명회에서 "수출 증가세가 계속되고 투자 소득이 양호해 당분간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미국 경기 둔화 가능성, 인공지능(AI) 투자 둔화 여지,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 미 대선, 중동 분쟁 등 불확실한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론 상반기 내수 위축으로 쪼그라들었던 수입이 하반기 들어선 늘어날 수 있다고 주목했다.
송 부장은 "국내 제조업 설비투자가 재개되는 모습"이라며 "이에 따른 수입 감소세 완화로 상품수지 흑자 폭이 상반기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입 감소를 이끌었던) 상반기 내수 회복 지연과 원자재 가격 안정이 하반기에는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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