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화재' 중처법 시행 후 최악 참사…외국인 '불법파견' 정황도

아리셀-파견업체 사업장 주소지 동일…특례고용허가도 안받아
경찰, 아리셀·메이셀·한신다이아 등 5곳 압수수색

31명의 사상자(23명 사망)를 낸 화성 리튬전지 제조공장 '아리셀' 화재 참사 사흘째를 맞은 26일 오전 경기 화성시청 로비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 합동분향소에서 희생자 유가족들이 슬퍼하고 있다. 2024.6.2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23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도 화성시 리튬 일차전지 제조공장 '아리셀' 화재사고를 두고 안전 관리 미비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무허가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했다는 '불법파견'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관계자 처벌 수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6일 오전 9시를 기점으로 아리셀 공장에 대해 전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공장 내 동종·유사 재해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화재사고로 총 23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 6명이 경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자 23명 중 외국인은 18명이다.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시행 이후 가장 많은 희생자를 냈다. 또 역대 화학 사업장 화재 사고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최악'의 사고로 기록됐다. 현재 아리셀 대표 등 관계자 5명은 중대재해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고용부는 특히 외국인 근로자들이 다수 사망한 것과 관련, 파견법 위반 의혹을 집중적으로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리셀 대표 등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불법파견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형태가 '적법한 도급' 형태였다며, 업무지시는 인력 공급 업체(파견업체)인 메이셀 측에서 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 불법파견 의혹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근로자들이 하청 파견업체 메이셀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아리셀에서 일했다면 도급관계이지만, 원청인 아리셀로부터 업무 지휘·감독을 받았다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 즉 '지시권한'이 어디에 있는지가 파견과 도급의 차이를 결정한다.

현행법상 제조업에서는 파견근로자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파견법에서 허용하는 32개 업무에만 파견근로가 허용되고, 제조업 직접생상공정업무는 금지하고 있다. 아리셀은 제조업으로 분류돼 있다.

불법파견의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메이셀은 파견업체로 허가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리셀이 불법파견 의혹에 휩싸이면서 모회사인 에스코넥도 같은 방식으로 근로자를 파견받았거나 이번 파견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메이셀은 '한신다이아'라는 업체명으로 아리셀에 인력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에스코넥 안산사업장 주소지로 한신다이아라는 업체가 설립돼 있다.

민길수 중부고용노동청장(지역사고수습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저희가 확인한 바로는 도급계약은 구두로 체결됐다"며 "도급인지 파견인지는 작업, 공정, 인사, 지휘에 따라 종합적으로 살펴 결정해야 한다. 불법파견이 이뤄졌는지 수사 과정에서 살펴보겠다"라고 말했다.

특히 인력을 공급한 메이셀이 고용부장관의 허가를 반드시 받았어야 하는 '특례고용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의혹도 나왔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재외동포(F-4), 방문취업(H-2), 영주(F-5), 결혼이민(F-6) 자격으로 일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 메이셀은 4대 보험 중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는 가입했으나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관련 법망을 피해 불법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값싸게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메이셀과 아리셀의 동일한 사업장 주소지로 인해 특수관계 의혹도 불거졌다. 이와 관련 민 청장은 "현재까지 친인척 관계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와 경찰은 이날 오후 4시 아리셀·메이셀·한신다이아 등 3개 업체(5개소)에 대해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화재 원인과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게 된 원인에 대해 철저히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고가 있기 이틀 전인 지난 22일에도 리튬 배터리로 인한 화재가 한차례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추가적인 점검에 나섰다면 대규모 인명피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사고에서는 작업자들이 비치된 소화기로 자체 진화했고, 아리셀 측은 소방당국에 통보하지 않은 채 자체적으로 사고를 종결했다.

중처법 시행 이후 '징역 2년형'이라는 가장 높은 형량을 받은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대표의 양형에도 '안전·보건 확보의무' 준수가 영향을 미쳤던 만큼, 이번 아리셀 화재 사고도 안전·보건 확보의무에 대한 이행 여부 등이 처벌 수위를 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과 소방 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단이 25일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6.25/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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