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고유가 아시아 국가에 '직격탄'…강달러에 이례적 공동 구두개입
한달간 원화 3.9%·엔화 3.6% 약세…고유가에 무역수지도 비상
통화정책 부담도 가중…한미일 재무장관 "원·엔 평가절하 인지"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 고조로 달러·원 환율과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전날(17일)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낸 미국 달러화 지수는 106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말 100까지 떨어졌던 달러화 지수는 최근 다시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피벗(통화 정책 전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로 유동성이 몰리는 것이다.
동시에 한국과 일본 등 주요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가치는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원 환율의 경우 지난달 18일부터 전날까지 1333.7원에서 1386.2원으로 52.5원(3.9%) 상승(원화 가치 하락)했다.
16일까지 달러·엔 환율도 149.14엔에서 154.71엔으로 5.57엔(3.7%) 상승했으며, 달러·대만달러 환율도 2.4% 올랐다. 특히 지난 16일 달러·엔 환율은 1990년 6월 이후 약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제 유가 역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85달러 내외, 두바이유와 브렌트유는 90달러 내외로 치솟았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전면전을 자제하기로 하면서 유가 상승세는 주춤하고 있으나, 연내에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에게 유가가 오를 경우 에너지 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곧 생산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한다.
고유가와 강달러는 수입 비용 증가로 이어져 무역 수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는 인플레이션 부담으로 이어지고, 통화정책에서도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통화 가치가 하락하게 되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우리 정부는 올해 상반기 소비자물가 2%대 안착을 목표로 삼았으나, 유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물가 안정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지난 2월까지 유가는 물가에 마이너스(-) 기여를 했으나, 3.1%의 상승률을 기록한 지난달부터는 기여도가 플러스(+) 전환한 만큼, 향후 유가 상승은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연준의 피벗 기대 후퇴와 강달러,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유가로 인해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시기가 늦춰지고 고금리가 계속될 경우, 내수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경기 회복세도 꺾일 가능성이 있다.
미국 워싱턴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만난 한국과 일본 양국의 재무장관이 한목소리로 이례적인 구두개입에 나선 것도 이러한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은 "급격한 외환 시장 변동성에 대응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17일(현지시간)에는 한미일 재무장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최근 원화·엔화의 급격한 평가절하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심각한 우려를 인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더해 G20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을 찾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전날(17일) 미 C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시장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최근 환율 변동성은 다소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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