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중동전쟁 발발 가능성 대비…정부, 시나리오별 비상계획 마련
2022~2023년 국제유가 상승에 15개월 무역적자 기록
6개월 연속 증가 수출도 위험…물류비 2배 이상 오를 수도
-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제5차 중동전쟁이 발발하면 10개월 연속 이어진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 흐름도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유가가 치솟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물류비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중동전쟁 발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시나리오별 비상계획을 마련했다.
비상계획에는 해상운임 상승에 대한 물류비 지원, 호르무즈 해협 운항 차질로 인한 원유·LNG 도입 방안 등이 담겼다.
중동지역의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와 물류비 상승은 무역수지와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우리나라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원유, 가스 등 가격이 치솟으며 15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무역수지 적자 고리를 끊어냈지만 5개월간 쌓인 무역적자는 2023년 총 99억7000만 달러의 적자로 이어졌다.
물류비가 상승하면 기업의 순이익이 감소하게 된다. 더욱이 수출단가에 부대비용 상승분을 반영할 수 없는 특성도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에 힘입어 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 온 수출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수백 대의 무장 무인기와 미사일을 투입해 공습을 강행하면서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전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0.7% 오른 90.45달러를 리 밀린 90.45달러를 기록했다.
5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0.9% 상승한 85.66달러를 보였다.
중동은 전 세계 원유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3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은 만큼 중동 전쟁 추세에 따라 유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는 더욱 급등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곳으로, 여기가 봉쇄되면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해야 해 각국은 원유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된다.
일각에서는 확전 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대 13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해상운임 등 물류비 상승도 예상된다. 상하이운임지수(SCFI)는 홍해사태로 인해 지난 1월19일 2239.61을 기록한 이후 하향세를 기록하며 1750선까지 떨어졌다.
예멘 반군의 선박 공격 이전인 지난해 11월에는 SCFI가 1000을 밑돌던 것이 희망봉 우회 등이 시작되면서 2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부산-미국 동부 노선 물류비는 3041달러, 부산-유럽 물류비는 2495달러로 전월(2398달러, 1199달러) 대비 26.8%, 108% 각각 오르기도 했다.
다만 정부는 아직까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대중동 수출 비중이 지난해 기준 3%를 차지하는 등 크지 않고 현재까지 우리 물품의 선적·인도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확전 등으로 인해 수출이 영향을 받을 경우 해상 물류비 지원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대응할 계획"이라며 "중동 사태 관련해 석유·가스, 무역, 공급망 등 전분야에 걸친 '종합상황실'을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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