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금리 인하 기대 줄줄이 지연…"5월 아닌 6월 판가름"
금통위 신중론에 시장 인하 예상시점 7→8월 이동
"ECB 6월 인하 땐 7월 한은 인하 가능성 높아져"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내비친 금리 인하 신중론에 기준금리가 오는 7월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가 흐려지고 '8월 인하론'이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6월 정책금리를 인하한다면 한은의 7월 인하 가능성이 다소 오를 것이라면서, 만일 그렇지 않으면 8월 인하론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4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지난 12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동결했다. 지난해 1월 마지막 인상 이후 이어진 10연속 동결 행진이다.
동결 직후 이창용 한은 총재의 기자회견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이었다는 평가와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이었다는 평가를 동시에 받았다.
이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를 위한 조건과 시계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선 완화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는 "예상대로 유가가 안정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 월평균 2.3%까지 갈 것이라면 금통위원들은 하반기 금리 인하를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리 인하를 위한 조건을 확인하려면 기존 예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은 매파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 총재는 "하반기 통화정책 방향을 확실히 할 수 있으려면 (5월보다) 한두 달은 헤드라인 물가가 예상한 흐름대로 움직이는지 더 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금통위 전만 해도 7월 인하 예상에 치우쳐 있던 시장 기류는 8월 인하론 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빨라야 7월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을 8월 인하로 수정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한은은 하반기 인하 필요성을 인식 중이고 이를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다"며 "대신 인하를 정확히 언제, 얼마나 한다고 언급하기는 유가 등 대외 불확실성이 기존 예상보다 크기에 할 말이 없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로선 통제 불가능한 대외 물가 상방 리스크가 좀 더 큰 것이 사실이므로 그 현상에 대해 판단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며 "그렇다면 물리적으로 인하 시작 시점이 느려지고 그에 따라 연내 인하 횟수도 조정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도 "기존 5월 금리 인하 전망에서 7월 인하 소수의견 후 8월 인하로 전망을 수정한다"며 "이 총재는 물가·환율 등 국내 요인에 의한 정책 여력이 커짐을 언급하면서 미국의 통화정책에 한은이 반드시 후행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다시 표명했다"고 분석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4월 금통위는 긴축 기조의 '장기간' 부담에서는 벗어났으나 인하 깜빡이를 켜기 위한 조건으로 물가 안정 확인이 향후 2개월쯤 필요함을 보였다"며 "이를 감안하면 기존 7월보다 늦춰진 8월 정도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다"고 밝혔다.
물론 7월 인하 전망을 유지한 전문가들도 있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기준금리 전망(7월 1회 인하, 연말 기준금리 3.25%)을 유지한다"며 "앞으로 금리 인하의 핵심은 유가"라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6월에서 9월로 후퇴 중인 상황은 한은의 비둘기파적 정책 전환에 부담이나 전문가들은 오히려 한은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유럽'에 동조화될 가능성을 거론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는 탈동조화, 더 정확히는 '미국 예외주의'로 표현된다"며 "앞으로 유럽 각국의 통화정책이 한은의 금리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문 연구원은 한국 금리의 역사적 상관계수가 유럽 0.99, 미국 0.8이라고 소개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는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5월 수정 경제 전망과 함께 6월 유럽중앙은행(ECB)의 결정을 확인하겠다고 했다"며 "6월 ECB가 실제 금리 인하에 나서고 미 연준이 하반기 중 인하 신호를 유지할 경우 한은은 7월부터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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