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호 100일]②수출 회복세 뚜렷…물가·내수침체는 숙제

6개월째 증가한 수출은 청신호…고용도 양호한 흐름
국제유가 등 변수 큰 물가 '우려'…"국민 체감 높여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여 발언하고 있다. 2024.4.2/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손승환 기자 =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경제수장을 맡고 있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효자' 반도체를 필두로 한 수출 회복은 우리경제에 청신호이지만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고 있고 내수 침체도 그가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이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9일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직에 부임한 최 부총리는 전날(6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최 부총리는 취임사에서 자신의 경제철학으로 '역동경제'를 앞세워 "물가 안정 기조를 조속히 안착시키고, 수출 회복 흐름을 민생과 내수 모든 분야로 확산시켜 민생경제 회복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100여일 지난 현시점에서 볼 때 수출지표는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지난 3월 수출액은 전년보다 3.1% 증가하면서 6개월 연속 플러스를 이어갔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117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5개월 연속 증가이자 21개월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면서 경상수지도 좋은 흐름을 보였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2월 경상수지는 68억 6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반도체 수출이 1년 전보다 63% 급증한 여파로 지난해 5월부터 이어진 10개월 연속 흑자다.

고용도 상황이 나쁘지 않다. 올 1~2월 취업자 수는 두 달째 30만 명대 증가를 이어갔다. 청년층인 20대와 '경제 허리' 40대의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줄긴 했으나 이는 인구 자체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 이렇다 보니 2월 고용률은 전년 동월 대비 0.5%포인트(p) 오른 61.6%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같은 달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이는 전월인 2월과 동일한 상승 폭이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현재로서 향후 최 부총리의 성적표를 가장 크게 좌우할 요인은 물가 관리로 보인다. 한풀 꺾인 듯했던 소비자물가가 농수산물 가격과 국제유가가 요동치면서 다시 3%대로 올라서면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8%로 정점을 찍은 뒤 11월 3.3%, 12월 3.2%, 올 1월 2.8% 등으로 둔화했지만 2·3월에는 각각 3.1%로 재반등했다.

특히 사과·배 등 과일을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한 농축수산물은 전체 물가를 0.78%포인트(p)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전체 물가를 오히려 낮추던 석유류도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기여도는 플러스 전환(2월 -0.06%p→3월 0.11%p)했다.

기재부는 올해 물가가 3월을 기점으로 정점을 찍었다는 입장이지만 낙관은 이르단 견해가 적잖다. 천소라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원물가만 보면 물가 상승률이 내려가는 흐름인 것은 맞다"라면서도 "국제유가같이 현재 물가를 올리는 요인은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내수도 최 부총리가 풀어야 할 과제가 될 전망이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올 2월 기준으로 3.1% 감소하면서 7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이에 윤 정부의 초대 경제수석을 지낸 최 부총리가 정권의 입김에서 벗어나 국민 체감을 늘리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 부총리가 물가를 잡겠다면서 총선을 앞두고 상반기 재정 집행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리겠단 건 모순"이라며 "대통령이 듣고 싶어 하는 정책이 아닌 국민 체감을 높이는 정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s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