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물가 비상]①재정 투입만 2천억인데…꺾이지 않는 농산물값
할인 지원에 소매가는 떨어졌지만 여전히 도매가는 '고공행진'
호우 등 기상악화에 하루 만에 양배추 12.5%·당근 7.9%↑
-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정부가 2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농산물 물가가 쉽사리 잡히지 않고 있다. 납품단가, 할인 지원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기후에 따라 가격 등락이 결정되는 농산물 특성이 강하게 반영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31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농산물 물가가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자 납품단가 지원, 농축산물 할인 등 2043억 원을 물가안정을 위해 투입했다.
농산물 납품단가 959억 원, 할인 지원 500억 원, 한우·한돈 할인 지원 304억 원, 전통시장 할인상품권 180억 원 등으로 예산이 편성됐다.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농산물 소비자가격은 지원 여부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사과 10개 소매가는 지난 29일 기준 납품단가, 할인지원 등에 힘입어 전월(2만9464원)보다 16.1% 낮은 2만4707원을 기록했다.
납품단가는 ㎏당 4000원을 지원한 데 이어 할인율도 최대 30%까지 올렸기 때문이다. 배는 10개에 4만 1170원으로 전월(4만2640원)보다 3.4% 내렸다. 대파 역시 납품단가, 할인지원 등을 통해 kg당 2618원으로 전월(4083원)보다 35.9% 내렸다.
이들 품목은 납품단가, 할인 지원 여부에 따라 전국 최고가와 최저가가 2배 이상의 가격차를 나타낸다. 판매처마다 할인율과 납품가격의 격차는 다소 있지만 정부의 지원이 없을 경우 도매가가 직접적으로 소매가에 반영되다보니 나타난 가격차로 보인다.
전국적인 최저가와 최고가 격차를 살펴보면, 사과는 10개당 2만 5130원, 배는 10개당 3만 6200원, 대파는 ㎏당 3275원의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보다 전통시장이나 중소형마트의 과일 및 채소 등 농산물 가격이 높은 편이다.
특히 과일, 채소류의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전히 납품단가, 할인지원이 적용되지 않은 도매가는 높고, 호우 등 기후에 따라 농산물의 가격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사과 도매가는 10㎏에 9만 2040원, 배는 15㎏에 11만 3200원으로 전월(8만 9680원, 9만 3380원)보다 2.6%, 21.2% 올랐다.
배추는 10㎏에 1만 5180원, 무는 20㎏에 1만 6920원으로 전월보다 41.4%, 9.6%, 전년 대비로는 78.1%, 18.6% 각각 상승했다.
일부 품목들은 기후악화로 인한 주산지의 생산량 감소, 물량확보 악화 등까지 겹치면서 할인지원에도 가격이 폭등세를 보인다.
양배추 도매가는 8㎏에 1만 6720원으로 전월보다 105.8%나 올랐다. 주산지로 꼽히는 제주 서부지역에서 지속된 호우로 품질이 좋지 않은 양배추가 지속적으로 생산되면서 가격이 폭등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최근 호우로 육지로 반입이 어려워지며 포기당 소매가는 단 하루 만에 12.5% 오른 5301원을 기록했다.
당근 소매가는 하루 만에 7.9% 오른 4223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양파 역시 호우로 인해 반입되지 않으며 지난 29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하루 만에 경매가가 31~81%의 상승률을 보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서민에게 밀접한 중소형마트와 전통시장까지 납품단가 지원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협의 중"이라며 "국민들께서 정부 지원에 따른 농축산물 가격 인하 혜택을 충분히 누리실 수 있도록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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