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최대 폭 감소한 소매판매…올해 소비 전망도 '흐림'

고물가·금리 장기화에 재화·서비스 소비 주춤
"IMF, 세계 성장 전망 0.2%p 높일 때 韓은 0.1%p만 높여…경제 발목 잡는 소비"

유통가가 신년 정기 세일에 돌입한 2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 세일 문구가 걸려 있다. 백화점 3사는 갑진년 ‘청룡의 해’를 맞아 오늘부터 21일까지 새해 정기 세일에 돌입한다. 2024.1.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지난해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가 20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한 가운데, 올 한해도 소비가 우리 경제 발목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금리와 고물가 여파가 지속되며 소비자 지갑을 굳게 걸어 잠그고 있기 때문이다.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대비 1.4% 감소해 2003년(-3.2%) 이후 20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을 나타냈다.

승용차 등 내구재(0.2%)에서 소폭 판매가 늘었지만,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8%)와 의복 등 준내구재(-2.6%)에서 전반적으로 판매가 줄어든 영향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소비 패턴 자체가 재화에서 서비스로 많이 넘어갔는데 소매판매액지수가 서비스 부분을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는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비스 소비까지 포함된 국내총생산(GDP) 지표를 보면 마이너스(-)는 면할 수 있지만 소비 상황이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민간소비는 전년 대비 1.8% 증가했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4.8%)을 제외하면 2013년(1.7%)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국내 소비 상황이 저조한 것은 지난해부터 고금리와 고물가가 소비를 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3.50%로 올린 후 올해 1월까지 1년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선 물가가 2%대로 내리기 시작하는 올 하반기에나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올해 역시 소비 회복세가 두드러지긴 힘들다는 전망이 많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민간소비가 1.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1.8%)와 별반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한은은 지난 18일 '최근 민간소비 흐름 평가 및 향후 여건 점검' 보고서에서 "국내 민간소비는 지난해 이후 재화 소비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4분기 들어 그간 빠르게 반등하던 서비스 소비도 둔화하면서 회복 모멘텀이 약화했다"며 "재화 소비는 경제활동 재개 후 소비 리밸런싱과 그간의 금리·물가 상승에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가계의 서비스 펜트업(보복소비) 수요도 상당 부분 소진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도 소비가 고금리 여파로 크게 반등하기 힘들 것"이라며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은 0.2%포인트(p) 높인 3.1%로 제시하면서도 우리나라에 대해선 기존 전망보다 0.1%p 높인 2.3% 전망을 내놨다. 올해 우리 경제가 수출은 회복이 되겠지만 소비에서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k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