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추가 인상 필요성" 문구 뺐다…금리인하 향해 한발짝(종합)

기준금리 8회 연속 동결…1년간 유지한 '추가인상 필요성 판단' 표현 의결문서 빠져
"물가 여전히 높고 불확실…긴축 유지하며 여건 살필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0%로 8회 연속 동결했다.

앞으로의 기준금리 향방에 대해서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겠다'는 문구는 삭제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 4월, 5월, 7월, 8월, 10월, 11월에 이은 8연속 동결이다.

이로써 지난해 1월부터 만 1년째 동일한 수준의 기준금리 운용이 이어지게 됐다.

금통위는 이번 결정 배경과 관련해 "물가 상승률이 기조적인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전망의 불확실성도 큰 상황인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특히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면서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금융안정과 성장 측면의 리스크, 가계부채 증가 추이, 주요국의 통화정책 운용 및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직전 금통위까지 1년 가까이 의결문 맨 끝에 "국내외 여건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넣었던 문구가 이번에는 삭제됐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조치로 풀이된다.

향후 물가와 관련해 금통위는 "둔화 흐름을 지속하겠지만 누적된 비용 압력의 파급 영향 등으로 둔화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면서 "당분간 3% 내외에서 등락하다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이며, 연간 상승률은 지난 11월 전망치(2.6%)에 대체로 부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앞으로 물가 경로에는 국제 유가와 농산물 가격 움직임,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2%로 한 달 전(3.3%)보다 0.1%포인트(p) 하락하는 데 그쳤다. 하반기 일시 반등 끝에 둔화세가 다시 시작됐지만 아직 목표까지 1%p 이상 남았으며 둔화 속도도 더딘 상태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금통위는 최근 우려를 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불안 조짐과 관련해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는 증대됐다"고 간략히 언급했다.

금통위는 "가계대출은 주택 관련 대출의 증가세가 이어졌으나 기타대출이 감소하면서 증가 규모가 큰 폭 축소됐다"면서 "주택 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하락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경기와 관련해서는 "소비와 건설투자의 회복세가 더디겠지만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개선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라며 "올해 성장률은 지난 11월 전망치(2.1%)에 대체로 부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은 역대 최대 수준인 2%p를 유지했다.

다만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연내 정책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하면서 한은이 받는 금리 인상 압력을 한층 누그러뜨린 측면이 있다.

이번 동결 결정은 시장의 예상에 부합했다.

<뉴스1>이 이번 금통위를 앞두고 국내 채권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전원이 이번 금통위에서 동결을 전망했다.

금통위는 코로나19 확산 당시인 2020년 기준금리를 0.5%까지 내린 이후 2021년 8월 주요 선진국보다 먼저 긴축에 돌입해 1년 반 동안 총 10회, 3%p에 달하는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부터는 금리 인상 페달에서 발을 떼고 긴축 통화정책의 여파를 살피고 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