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14일 노사정 4자 회의 정상적 개최 여부 촉각
대통령, 세 번째 거부권 행사에 노동계 "재벌대기업 위한 것"
'사회적대화 복귀' 한국노총…대표자 회의 첨석여부 관심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파업 노동자에 대한 사측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자는 소위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에 재의요구권(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가까스로 복원된 노-정 대화무드에 다시 긴장감이 돌고 있다.
3일 정부와 양대노총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에 이은 세 번째 거부권 행사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해당 법안들은 사실상 폐기수순을 밟게 됐다. 절차상 해당 법안들은 다시 국회 본회의를 거쳐야 하는데,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재의결된다. 재의결시 해당 법안은 법률로 확정된다.
하지만 국회 구성상 국민의힘 의원이 3분의1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재의결 가능성 희박하다. 앞선 거부권 행사로 다시 국회로 넘어갔던 양곡관리법이나 간호법도 모두 이 과정을 넘지 못하고 폐기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노란봉투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노-정 관계는 다시 경색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당장 가까스로 복원된 노사정 사회적대화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한국노총은 지난 6월 정부의 집회 강경진압 등을 이유로 사회적대화 중단을 선언한 뒤 5개월여 만인 지난 13일 복귀를 선언했다. 복귀 이유에 대해선 "한국노총이 사회적대화에 복귀한다고 해서 그동안 주장했던 투쟁기조와 원칙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對)정부를 향한 투쟁 기조에는 변화가 없음을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노동계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촉구했다. 대표적으로 요구한 게 '노란봉투법'에 대한 조속한 공포·시행이었다.
하지만 결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노-정 대화재개는 첫발도 내딛기 어려워졌다.
이미 이상신호는 감지되고 있다. 지난 1일 대통령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노사정 부대표급 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는데, 한국노총은 불참했다. 이번 회의는 한국노총이 사회적대화 전면 중단을 선언하고, 다시 복귀한 이후 5개월 만에 열린 첫 대화의 장으로 관심을 모았다.
경사노위는 한국노총의 회의 불참에 대해 "전면적이 아닌 일시적인 불참"이라며 사회적대화에는 문제가 없음을 밝혔지만, 당일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가 임시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하기로 한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이뤄진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이런 해명을 온전히 납득하기는 어렵다.
실제 양대노총은 한 총리의 거부권 행사 건의 소식이 전해진 지난 1일 성명을 발표하는 등 격하게 반발했다.
먼저 한국노총은 그토록 노사법치주의를 외쳤던 정부는 사법부와 입법부의 판단을 깡그리 무시하고, 오로지 사용자단체만의 입장을 조건 없이 수용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내고 "윤석열 정부는 노조법 2·3조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자신들이 재벌대기업의 이익만을 편협하게 대변하고 있음을 스스로 폭로했다"고 비평했다.
한국노총이 복귀한 노사정 사회적대화 정상 작동 여부는 오는 14일쯤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사정 4자 대표자 첫 회의가 오는 14일 열릴 예정이다. 회의에는 이 장관과 김문수 대통령직속 경사노위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참여할 것으로 전해진다. 회의 주요 의제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계속고용 등을 다룰 예정이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회의 일정 등을 각 기관에 전달한 상태"라며 "사전조율을 거쳐 잡은 일정인 만큼 정상적인 회의 진행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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