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주52시간제 정착…일부 업종 연장근로 단위 확대 필요"

근로시간 개편 관련 국민 6000명 설문조사
주당 상한캡·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 필요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로시간 면제제도 등 기획감독 중간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2023.11.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현행 '주 52시간' 근무제가 현장에 안착되고 있지만, 다양한 업종·직종별 수요를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 필요성에는 '동의' 의견이 국민·근로자·사업주 모두에게서 '비동의'보다 더 높았는데, 일부 업종·직종에 한정한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 적용에 대해 묻자 동의-비동의 응답 간 비율 차이가 더욱 크게 나타났다.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에 따른 근로자 건강권 보장 방안으로는 '주당 근로시간 상한 설정'과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 등의 안전장치 마련 필요성이 대두됐다.

고용노동부는 13일 이 같은 내용의 '근로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용부는 총 사업예산 4억6000만원(설문조사 4억1000만원, FGI 5000만원)을 들여 지난 6~8월 3개월여에 걸쳐 국민 6030명을 대상으로 역대 유례없는 대규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3월 처음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안과 관련해 '주69시간' 논란이 거세지자 대통령이 '여론수렴이 부족했다'며 주무부처인 고용부에 수정·보완을 지시하면서 이뤄졌다.

근로시간 개편안 수정‧보완을 위한 것으로, 해당 설문조사 결과는 정부가 내놓을 새로운 개편안에 정책적 방향성을 정하는데 활용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주 52시간제(법정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가 현장에 상당부분 정착했지만, 일부 업종과 직종에서는 여전히 애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6~8월 3개월여에 걸쳐 60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 필요성에 대한 '동의' 의견이 국민·근로자·사업주 모두에게서 '비동의'보다 더 높은 결과가 나타났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13일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6~8월 3개월여에 걸쳐 60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일부 업종·직종에 한정한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 적용에 대해 묻자 '동의' 의견이 국민·근로자·사업주 모두에게서 '비동의'보다 더 높은 결과가 나타났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현행 주 52시간제가 '장시간 근로 해소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한 응답자는 48.2%다. 다만 '업종·직종별 다양한 수요 반영이 곤란하다'고 한 응답은 54.9%였다.

수요 반영의 애로로 실제 어려움을 경험한 기업들에게 대응방식을 묻는 질문에는 △포괄임금 활용(39.9%) △추가인력 채용(36.6%) △수주포기(30.6%) △법·규정 무시(17.3%)라고 답했다. 마땅한 대안이 없어 법을 위반하거나, 아예 일감을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셈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 현행 주 52시간제에서 근로시간을 탄력·운영할 수 있는 '연장근로 단위기간 확대'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노사 및 일반국민 모두가 '동의한다'는 응답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업종·직종에 한정할 경우 응답 간 비율 차는 더 컸다.

구체적으로 근로자 43.0%, 사업주 47.5%, 국민 54.4%가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를 일부 업종·직종에만 적용하자'는 방안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비동의' 응답률은 근로자 25.2%, 사업주 21.3%, 국민 23.9%였다.

'어떤 분야에 연장근로 관리단위 개편이 필요한가'를 묻는 질문에 근로자 입장에서는 제조업(55.3%)이란 응답이 가장 높았고, 건설업(28.7%), 운수 및 창고업(22.1%)이 뒤를 이었다. 사업주를 대상으로 한 응답에서도 제조업(56.4%), 건설업(25.7%), 숙박·음식점(18.6%) 순이었다.

13일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6~8월 3개월여에 걸쳐 60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어떤 분야에 연장근로 관리단위 개편이 필요한가'를 묻는 질문에 근로자 입장에서는 제조업(55.3%)이란 응답이 가장 높았고, 건설업(28.7%), 운수 및 창고업(22.1%)이 뒤를 이었다. 사업주를 대상으로 한 응답에서도 제조업(56.4%), 건설업(25.7%), 숙박·음식점(18.6%) 순이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13일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6~8월 3개월여에 걸쳐 60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직종을 묻는 설문에는 근로자는 설치·정비·생산직(32%), 보건·의료직(26.8%), 연구·공학기술직(22.2%)으로 답했다. 사업주 입장에서도 설치·정비·생산직(31.2%), 연구·공학기술직(26.4%), 보건·의료직(22.8%)으로 꼽았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직종을 묻는 설문에는 근로자는 설치·정비·생산직(32%), 보건·의료직(26.8%), 연구·공학기술직(22.2%)으로 답했다. 사업주 입장에서도 설치·정비·생산직(31.2%), 연구·공학기술직(26.4%), 보건·의료직(22.8%)으로 꼽았다.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 시 근로자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주당 상한 근로시간 설정(근로자 55.5%, 사업주 56.7%)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근로자 42.2%, 사업주 33.6%)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는 △실근로 시간만큼의 확실한 임금보장(근로자 57.0%, 사업주 49.5%, 국민 63.7%) △평소보다 더 일했을 경우 확실하게 쉴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근로자 34.3%, 사업주 29.6%, 국민 44.8%)을 꼽았다.

정부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 나타난 여론을 반영, '현행 주 52시간제' 틀은 유지하되 일부 업종과 직종을 대상으로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선택할 수 있는 보완방안을 노사와 함께 논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개편 대상 업종·직종에 대해서는 장시간 근로, 건강권 문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근로자 건강권 보장방안에 대해 노·사 모두 '주당 상한 근로시간 설정',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만큼 합리적인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일한 만큼 확실히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안도 수립할 계획이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현행 주 52시간제 틀은 유지하면서 '필요한 업종·직종에 한해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1주로 한정하지 않고, 선택권을 부여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새로 내놓을 근로시간 개편안의 정책방향을 밝혔다.

이 차관은 "장시간 근로, 건강권 문제 등에 대한 현장의 우려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마련하겠다"며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 시 장시간 근로를 방지하고,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당 근로시간 상한 설정'과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 등을 토대로 근로자 건강권이 어떠한 경우에도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근로시간 제도 개선이 시급한 업종과 직종을 세부적으로 선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업종·직종별 근로시간과 근로형태에 대한 객관적인 실증 데이터, 추가 실태조사가 필요한 만큼 정부가 신속하게 준비해 노사정 간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게 차질 없이 뒷받침하겠다"고 덧붙였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