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향한 '기후테크' 열정 빛났다 …'합리적 에너지믹스' 한목소리(종합)
[NFEF 2023]김상협 탄중위원장 "원전·재생·수소로 대한민국도 에너지 선진국 도약"
한화진 환경장관 "온실가스 줄일 신기술 육성", 강경성 산업차관 "합리적 에너지믹스 실현"
- 이정현 기자
(서울=뉴스1) 이정현 기자 = 국내 기후테크 관련 민관학계 전문가들은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소명 달성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에너지믹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탄소중립시대 신성장동력 기후테크'를 주제로 열린 뉴스1 미래에너지포럼(NFEF) 2023에는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한화진 환경부 장관,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비롯해 농림축산식품부,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가스공사, 포스코, SK지오센트릭, 한화큐셀, 두산에너빌러티, 산업연구원 등 민관학계 전문가가 참석해 탄소중립의 선도적 달성과 이를 위한 관련 산업육성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위원장과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도 참석, 관련 논의 확산을 위한 국회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기조사를 맡은 김상협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은 "재생에너지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 에너지만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는 대단히 어렵다"면서 "원전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원전만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도 어렵다. 정말 중요한 것은 '에너지 믹스'"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원전·재생·수소 에너지로 대한민국도 '에너지 선진국'이 될 수 있다"며 거듭 합리적인 에너지믹스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선 에너지 부문에서의 '저탄소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장관은 축사에서 "갈수록 심화하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7%를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 부문의 저탄소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원전, 재생에너지, 수소에너지와 같은 무탄소 에너지의 활용을 확대하는 동시에 온실가스를 줄이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탄소 중립을 선도하고 국제사회의 탄소 무역장벽을 넘어서는 지름길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조강연에 나선 산업통상자원부 강경성 2차관은 정부 에너지정책 목표의 핵심을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방향은 실현 가능하고, 합리적인 에너지믹스"라고 강조했다.
강 차관은 "어떤 특정한 전원을 배제해서는 에너지안보를 지킬 수 없다"며 "실현 가능하고, 합리적인 에너지믹스를 실현하자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진행된 특별대담에서는 한전의 누적부채와 적자구조에 대한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은 "한전이 계속되는 영업적자와 누적부채로 엄청난 금액을 짊어지고 있다. 이 문제 해결을 단시간에 할 수는 없겠지만 결국은 합리적 요금수준으로 달려갈 수 있게 해야 된다"며 "에너지 가격정책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독립적·전문적 규제기관 설립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강 차관은 "(김 원장 의견)전체적인 방향에 동의하지만 시기와 속도조절은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다만 원가에 못 미치는 전기요금 구조는 바른 방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산법이 내년 시행되면 한전 요금과 다른 요금구조로 전력을 공급하는 길이 트여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전 활용에 대한 필요성은 민간에서도 나왔다.
한국수력원자력 정대일 아랍에미리트(UAE) 사업실장도 주제발표에서 "원자력을 배제하고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우리 기업에 실질적인 일감을 주고 원전 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 변화' 극복에 있어서도 원전의 필요성을 강조한 정 실장은 "기후 변화에 대한 유엔의 정부 간 협의체는 205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이를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는 1160GW(기가와트) 상당의 원자력 발전 용량 증가를 통해 871억톤의 탄소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고 전했다.
이중호 한국전력연구원장도 합리적 에너지원으로서의 원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전력)계통 연계가 안 돼 있고, 일본과 같은 양수발전도 많지 않다"며 "수력도 없는 우리나라가 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려면 전기요금을 3~4배를 더 내야 하는데, 이런 전기요금을 낼 생각이 없으면 탄소중립을 하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비율이 8%인데, 작년에 재생에너지에 10조원이 들었다. 앞으로 그것(재생에너지 비율)을 80%로 늘리게 되면 100조원이 된다. 지금 전기요금 내는 것의 최소 두 배는 더 내야한다"며 "재생에너지를 원자력으로 했으면 2.5조~3조원이 들었을 것이다. 저는 환경주의자이긴 하지만, (재생에너지가 확대될수록)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신기술 발전 사례에 대한 소개도 이어졌다.
장지호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영업팀장은 무탄소 전환으로 옮겨가는 국제 추세에 발맞춰 관련 사업으로의 확장을 추진 중이라고 소개했다.
장 팀장은 "세계 SMR(소형모듈원전) 개발사들은 대부분 제작 경험이 없는 스타트업"이라며 "SMR 시장 선점을 통한 원전 수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SMR 입지를 강화하고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승수 한국가스공사 가스연구원 탄소&자원연구팀 팀장은 '탄소 중립을 위한 CCS 역할'을 강조했다.
CCS는 산업 활동 과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땅 속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이산화탄소 포집 후 부가가치 있는 제품 재료로 활용하는 CCU(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와 함께 'CCUS'로 묶이기도 한다.
박 팀장은 "선진국은 이미 산업화를 완료해 탄소중립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반면 자원이 풍부한 동남아시아 등 국가들은 현재도 경제 성장이 지속되고 있고, 이를 위해 값싼 에너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어 탄소중립을 강제하기에 무리가 따른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CCUS 기술이 이러한 딜레마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청정에너지 생산을 위한 정부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유재열 한화큐셀 한국사업부장은 "(태양광의 경우) 사업부지 확보 문제, 선로 용량 부족 문제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국내 특성에 맞는 태양광 보급 확산을 위한 정책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희 포스코 탄소중립담당 상무도 "탄소중립 시대 전환은 기업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경쟁력 있는 탄소중립 전환을 위해선 정부와 지역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송지숙 농림축산식품부 농촌탄소중립정책과장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탄소감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송 과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식생활도 변화할 것"이라며 "농식품부는 이 같은 기후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전남 해남에 농식품 기후변화 대응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해남은 가장 먼저 기후위기가 발생할 지역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농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식량주권을 유지하면서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공공비축 물량을 확대하거나 디지털·그린바이오 기술을 활용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신재생에너지산업 육성의 필요성'에 대해 발표한 이슬기 산업연구원 박사는 "탄소중립의 기계적 달성에서 벗어나 온실가스의 공격적 감축과정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잠재력이 있는 신재생에너지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선 "기대효과에 대한 정성 및 정량분석이 선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박사는 그 대안으로 "산업 밸류체인에 따른 구체적인 정의와 규모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례로 "수소 산업에 대한 밸류체인 분석결과 관련 사업체 수는 2015년 58개에서 2019년 179개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여전히 태동기에 해당한다"며 "풍력 산업의 밸류체인 분석결과도 태양광대비 15분의1 규모지만, 업체들은 제조·건설·발전 등에 비교적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진 마무리 토론에서는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패널로 나선 윤범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실현이 쉽지 않은 탄소중립은 결국은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윤 박사는 "우리나라는 메인 감축 수단이 배출권 거래제이지만, (앞으론 탄소중립 관련) 기술 실현이 되느냐 마느냐, 또 관련 타이밍과 비용 측면에 대한 불확실성을 기업들이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배출권 가격이 낮아서 문제가 없지만, 혁신기술 도입 속도에 따른 (기업 편차) 불확실성을 어떻게 걷어내느냐 하는 게 큰 과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특히 (우리나라는) 수출 업체가 많기 때문에 (탄소감축을) 잘 하려는 기업들에게 관련 규제를 풀어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좌장을 맡은 원두환 부산대 교수도 "탄소중립이란 게 정부나 개인, 기업 한사람의 노력이 아니라 함께 해야 한다"면서 "인센티브를 시장에 주고 신호를 계속 받아서 그런 방향으로 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따른 중동 정세와 관련, 특별강연차 강단에 오른 박현도 서강대학교 유로메나연구소 대우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와 한국의 경제협력을 언급하며 "기술을 너무 많이 뺏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인 탄소 중립 흐름에 따라 중동이 변하고 있다고 언급한 박 교수는 "세계의 흐름을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산업 다각화를 하고 있다. '메이드 인 사우디아라비아' 상품을 원한다. 즉 제조업을 키우려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서는 한국과 특별히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라며 "기술 이전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중동과 사업 협력을 하면서도 기술 이전을 해주지 않는 편이지만, 우리나라는 기술 이전을 해주고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어떤 면에서는 호랑이를 키우고 있는 셈"이라며 "우리 정부는 기업들이 기술을 많이 뺏기지 않도록 조정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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