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물가경로 불안' 한은 10회 연속 금리 동결…'7월 인하' 회의론도

한은 금통위, 10회 연속 기준금리 3.50% '동결'
시장, 한은 7월 금리인하 전망 수정…8~10월로 늦춰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한국은행이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연 3.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한 것은 물가 경로가 여전히 불안한 데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커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의 향후 금리 인하 전망이 불투명해졌다는 점 역시 금리 동결 요인이다. 7월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감에도 먹구름이 꼈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하기로 했다. 한은의 금리 동결 결정은 지난해 1월부터 10회 연속 이어지고 있다.

한은이 고금리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상당함에도 동결 결정을 내린 것은 무엇보다 농산물·석유류를 중심으로 3%대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전월(3.1%)에 이어 두 달 연속 3%대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지난 1월(2.8%)보다 높은 수준이다.

더군다나 중동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향후 국내 기름값을 자극할 우려가 크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브렌트유는 전장 대비 1.2% 오른 배럴당 90.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선 지정학적 갈등이 악화하면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한은의 금리 동결 배경으로 작용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86조4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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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미국의 금리 인하 전망이 당초 예상보다 흐려지고 있다는 점도 한은의 움직임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3.5%로 예상을 웃돌자 시장에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올해 금리 인하 횟수 전망을 3회에서 1~2회로 낮추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다음 연준의 조치는 금리 인하가 아닌 '인상'일 가능성을 시장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현재 한미 금리 역전폭은 2.0%포인트로 역대 최대인데, 한은이 선제적 금리 인하에 나섰다간 자금 유출과 환율 상승 등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국내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는 데다 미국 금리 인하 시점도 불투명한 만큼 시장은 한은이 7월이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존 기대를 내려놓는 모습이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시점을 기존 6월에서 9월로 수정하고, 연내 금리 인하 횟수도 3회(6, 9, 12월)에서 2회(9, 12월)로 하향 조정한다"며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도 기존 7, 10, 11월(연내 3회)에서 10, 11월(연내 2회)로 수정한다"고 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당초 7월로 봤던 인하 시점을 8월 또는 10월로 늦추고, 2회로 봤던 인하 횟수도 1회로 조정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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