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급휴일 줄여라" "포기 못해"…정부 지침 뭉개는 환경부 산하기관 '배짱'
수자원공사·국립생태원·환경산업기술원, 창립기념일 유급휴무 유지
허리띠 조인 산업부 산하기관들과 극명…"경영평가에 반영해야"
- 심언기 기자
(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한국수자원공사 등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과도한 복리후생 비판을 받아온 창립기념일 유급휴일 제도를 개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관들은 직원·노동조합 반대 등을 이유로 난색만 표하고 있다.
경영혁신을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법정공휴일을 제외한 유급휴일을 축소하라는 지침을 여러 차례 하달한 바 있다. 창립기념일 유급휴무제를 잇달아 폐지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기관들과 대비되면서 주무부처의 산하기관 장악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한국수자원공사(사장 윤석대)는 창립기념일 유급휴무를 올해도 유지할 것으로 전해졌다. 수공은 창립기념일인 11월 16일이 포함된 11월 셋째 주 금요일을 유급휴일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사측은 유급휴무 규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직원들 반발로 협의는 지지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공 측은 "현재 규칙 개정을 위해 노사가 협의 중"이라고만 했다.
국립생태원(원장 조도순)도 창립기념일 유급휴무 제외를 위한 노사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알리오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진행된 올해 첫 노사협의회에서 경영진은 유급휴일 폐지를 제안했지만, 노조 측은 "조합원들의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 같다"며 이를 일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원장 최흥진)은 한발 더 나아가 창립기념일 유급휴무의 대체 휴무 규정을 명문화하기로 했다. 현재 기술원은 창립기념일(4월8일) 해당 주간 중 1일을 휴일로 운영 중인 상황인데, 노조 측이 대체휴일로 운영하는 근거 규정 마련을 요구하자 경영진이 이를 수용했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지난 2022년 10월 공공기관 경상경비 예산 절감과 과도한 복리후생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도 '공공기관의 복리후생 제도 운영현황 점검'에서 창립기념일 유급휴무 폐지 등을 강력히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정부 지침에 발맞춰 산업부 산하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잇따라 내부규정을 개정해 창립기념일 유급휴무 제도를 폐지했다. 한전 그룹사 역시 노사 합의를 거쳐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대부분의 기관들이 창립기념일 유급휴무 폐지에 합의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지침을 거스르더라도 공운위의 경영평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 이행' 가점 부문에서 일부 점수가 깎이지만, 공운위는 다른 혁신 사례도 함께 평가하기 때문에 유급휴무를 유지해도 큰 불이익은 없는 상황이다.
산업부 산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회사 운영상 문제가 아닌 전기료 동결 때문에 경영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성과급도 제대로 못 받고 있다. 그럼에도 공기업 사명감으로 경영 정상화를 위해 성과급을 반납하고 각종 복지도 줄이는 형편"이라며 "다른 기관들을 언급하긴 그렇지만, 혁신 의지와 노력을 공평하게 평가받았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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