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가 기적의 약이라고?"…기저질환, BMI 꼼꼼히 따져야

신우영 중대광명병원 교수 "가격 외 의료환경 고려해야"
해외선 용량 늘렸다 사망 사례…자살·자해 충동 우려 ↑

서울 강남구 한 약국에서 약사가 입고된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정리하고 있다. 2024.10.1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힘든 운동과 식단조절 없이도 주사 한방 살을 뺄 수 있다는 기적의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최근 국내에 상륙하면서 작용원리와 부작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는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와 유명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사용해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진 약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중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은 음식을 먹을 때 분비된다. 뇌에 배가 부르다고 알려주는 포만감 신호를 보내거나, 위가 음식을 너무 빨리 비우지 않도록 위의 운동을 조절하거나, 혈당 수준에 따라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분비를 돕는 역할을 한다.

위고비는 이 호르몬을 본 따서 만든 치료제로, 주사형태로 된 이 약을 주사할 시 포만감 및 팽만감을 증가시켜 식욕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배고픔과 음식 섭취를 줄인다. 기존의 비만치료제인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와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치료제다.

다만 출시된 삭센다와도 효과와 편리성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삭센다는 1일 1회 주사하는 반면, 위고비는 주 1회 주사한다.

지난해 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삭센다는 6개월후 약 5.9%의 체중감량 효과를 보였다. 반면 위고비는 국제학술지 '영국의학저널'(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68주 후 체중이 14.9% 감소했다.

◇ 펜 하나당 37만~80만원…전문가들 "가격보다 의료환경 따져야"

위고비는 비급여 제품이기 때문에 정해진 가격대가 없어 병의원과 약국에서 설정하는 가격의 범위가 다양하다. 병원이나 약국에 공급되는 위고비의 가격은 한 펜(4주 분량) 당 37만2025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유통사 마진과 세금, 진료비 등이 더해지는 소비자가는 약 50만~80만원에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위고비를 처방받을 때 가격을 우선순위로 생각하기 보다는 진료, 검사 여부 등 의료 환경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신우영 중앙대학교 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0일 "가격과 편의성도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지만 일반소비재가 아닌 만큼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며 "혹시 모를 부작용이 발생했을 시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한 의료환경을 갖추고 있는지를 고려하는 것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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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큰 문제는 오·남용…"기저질환, BMI, 임신 등 꼼꼼히 따져 처방해야"

본래의 목적인 비만 치료가 아닌 '미용' 목적으로 위고비를 입수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문제의 진원지가 비대면 진료 플랫폼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 확산된 비대면 진료가 올해 초진 환자 처방과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전면 확대되면서 문제가 된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약국에서 비만 치료가 아닌 미용 목적의 위고비 처방이 의심되는 경우에 처방을 거부할 수 없어 별다른 제약 없이 위고비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막연히 '기적의 약, 다이어트 약'이라고 쉽게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의 진료를 받은 후 결정하는 것을 권한다"며 "생활습관 개선이 쉽지 않기에 위고비나 삭센다와 같은 비만치료제를 통해 쉽게 살을 빼려는 바람직하지 못한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위고비를 처방받기 위해서는 전문의의 진료와 상담은 물론, 처방 기준(초기 BMI가 30kg/㎡ 이상인 비만 환자 또는 한 가지 이상 체중 관련 동반질환이 있으면서 초기 BMI가 27kg/㎡ 이상 30kg/㎡ 미만)에도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몸무게를 허위로 입력하는 방법 등을 통해 정상체중인 사람도 미용목적으로 위고비를 입수하고 있다.

신우영 교수는 "위고비를 사용해서 체중을 감소시키는 경우 지방만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근육도 함께 빠지기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위고비로 감량된 체중의 40%가 근육인 것으로 나타났다. 근육량이 적거나 근육이 필요한 사람, 특히 고령층은 위고비 사용에 있어 주의를 요한다.

◇용량 늘린 70대 사망…담낭질환, 자살충동, 망막병증 위험도↑

해외에서는 위고비에 대한 다양한 부작용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급성 췌장염이나 담낭질환(담낭 및 담관 문제, 담석증, 담낭염) 위험도를 높인다는 우려가 있다. 이외에도 가족 중 갑상선 수질암이 있으면 암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최근에는 눈의 뇌졸중이라고 알려진, 비교적 희귀한 질환인 '비동맥성 전방허혈성 시신경병증'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도 발표됐다.

최근에는 사망 사례가 처음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SCI급 국제학술지 '큐리어스'(Cureus)에 따르면 체블리 다거 미국 코네티컷대학교 내과 교수팀은 70대 미국 남성 A씨가 세마글루타이드 용량을 늘렸다가 복통을 호소했고 급성 췌장염으로 입원한 뒤 결국 사망했다.

이외에도 아이슬란드에서는 위고비가 자살·자해 충동을 불러일으킨다는 우려가 제기됐으며, 이탈리아 베로나대학교 연구팀은 위고비가 자살 충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