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한림원 "의대증원, 의학교육 질 떨어뜨릴 것…책임감 느껴"

"만 명 이상 핵심 의료진 빠지는데 대규모 의사 증원 이유 있나"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2일 오전 서울 시내 대학병원 응급실 앞으로 환자와 보호자 등이 지나고 있다. 2024.10.2/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지난 2월 정부의 의대증원 사태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 등에 대해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의학한림원)이 "의학자 단체로서 자괴감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심경을 밝혔다.

의학한림원은 21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하는 의대증원 정책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우려를 표명했으나 법정 원로 석학단체로서 가급적 의사표현을 절제해왔다"며 "하지만 의학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 노력해온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과 의학교육계에 대해 행해지는 조치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어 입장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22년 가을부터 의학한림원은 외국의 경험을 반영한 올바른 의대증원 방법을 보건복지부를 통해 정부에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정부는 각 대학교에 희망하는 의대 증원 규모를 문의할 때 의학교육의 내실보다는 대학의 규모 확장을 원하는 총장들의 의견을 반영했고, 이는 졸속으로 조사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당시 대한의사협회장은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데 동의하지 않았으나, 국민과 정부가 의사인력 부족을 우려하자 우선 350명을 증원하고 시간을 가지고 올바른 방법으로 의사인력을 조정하자는 의견을 정부에 직접 또는 의학한림원에 전달했으나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며 "또 보건의료정책심의회 회의록에는 의대정원 과정을 결정하는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의학한림원은 정부가 모든 대화에 2025년 정원은 절대 불변을 전제로 입시를 진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의료계와 대화가 단절되고,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아 중증 질환자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형병원의 재정파탄을 막기 위해 국민세금이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투입되는 것은 언급도 하지 않겠다"며 "1만 명 이상의 핵심 의료진이 갑작스럽게 빠져도 의료에 문제가 없다면 대규모 의사 증원의 이유도 없어진다"고 밝혔다.

또 "현재 의대생들이 휴학신청을 한 채로 8개월의 시간이 흘러가 이제는 정상적인 진급이 어려운 상태로 판단되어 서울의대는 휴학신청을 받아들였다"며 "4500명의 신입생 교육을 위해 기존의 6개 학년 의대 학생들 1만 8000명에 대해 교육 원칙을 무시할 계획이다. 무엇을 위한 증원인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원 전 의대정원은 3000명인데 정부가 발표한 2025년 의대정원은 4000명이다. 휴학한 예과 1학년 학생들이 복귀하면 7500명이 교육을 받게 된다"며 "정부는 의학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이 순조롭지 않아 교수임용규정을 하향 조정하고 의평원의 의대 인증평가 기준을 완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여러 합리적인 제안을 거부하며 이처럼 우리나라 교육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의학교육의 질을 떨어뜨려 가면서 무리하게 추진해야 할 일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부의 조치들은 의사의 역량은 상관없이 그저 면허를 가진 '의사'를 많이 배출하면 만족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