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사망 80%가 고령층"…'고면역원성 백신' 관심 급증

나이들수록 면역 노화…감염학회, 고면역원성 백신 접종 권고
CSL시퀴러스, 사노피 공급 중…오늘부터 코로나19 예방접종 시작

2024~2025절기 인플루엔자(독감) 국가예방접종이 시작된 20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의 한 소아과에 독감 예방접종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2024.9.20/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11일부터 2024~2025절기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되는 가운데 방역당국은 65세 이상 고령층에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의 동시 접종도 권할 만큼 두 질환 예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독감 유행이 본격화할 환절기, 면역력이 취약한 고령층에게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은 '백신접종'이다. 마침 이날부터 65세 이상 고령층(1959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에게 순차적으로 '2024~2025절기 인플루엔자 국가 예방접종'도 이뤄진다.

그러나 고령층은 독감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감염과 그로 인한 합병증 발생 등의 위험을 안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층의 백신 접종률은 매년 80% 이상을 기록하나 입원 환자의 70%, 사망 환자의 80%가 고령층으로 추정되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면역 노화'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나이가 들수록 면역기능은 떨어져, 고령층은 같은 백신을 접종해도 면역 효과가 건강한 성인보다 떨어질 수 있다. 상당수 고령층은 기저질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악조건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현재 국가 예방접종 지원사업(NIP)으로, 무료 제공되는 4가 독감백신(4가지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보다 용량을 늘리거나 면역증강제를 추가한 '고면역원성 백신'이 고령층에게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고면역원성 백신은 대표적으로 항원을 투입했을 때 면역세포가 더 많이 접근하게 유도하는 면역증강제(Adjuvant·어주번트)를 함유한 백신, 항원의 함유량을 높인 고용량 백신, 단백질 재조합 기술을 활용한 재조합 백신 등으로 나뉜다.

특히 면역증강 백신은 유행 바이러스와 균주가 일치하지 않더라도 교차면역에 따른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접종 후 최대 1년까지 지속된다. 6개월 이후 면역원성(면역을 성립시키는 성질)이 떨어지는 기존 백신보다 독감이 유행할 봄철까지 효과가 유지될 수 있다.

해외에서는 독감 유행이 심한 계절일수록 5% 더 효과적인 독감 백신을 놓는 게, 접종률 5% 올리기보다 입원율을 포함한 질병 부담을 줄이기에 탁월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19일 서울 시내 한 병원에 인플루엔자(독감) 예방 접종 안내문이 걸려 있다. 2024.9.1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유병욱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령층은 높은 접종률에도 치명률이 연령 대비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며 "백신을 통한 예방효과를 높이기 위해 일반 표준 백신 대비 예방 효과가 뛰어난 걸로 알려진 면역증강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아직 국가 예방접종 지원사업(NIP)에 포함되지 않고 있어 비급여로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에 대해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감염에 의한 피해가 클 고령층 중 경제적 여건이 된다면 고면역원성 백신 접종을 권한다"고 했다.

이재갑 교수는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도 80세 이상 고령층, 요양기관 입소자 등에게 고면역원성 백신의 무료 접종을 검토하면 어떨까"라며 "메타분석 결과 고면역원성 백신이 표준 백신 대비 입원율을 낮추고 사망 예방 효과가 확인됐다"고 부연했다.

현재 국내에는 2종의 고면역원성 백신이 있다. 지난해 출시돼 2년 차에 접어든 CSL시퀴러스의 면역증강 백신 '플루아드 쿼드'와 올해 처음 나온 사노피의 고용량 백신 '에플루엘다테트라'다.

CSL시퀴러스의 플루아드 쿼드에는 면역세포가 더 많이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면역증강제 'MF59'가 첨가됐다. 면역반응의 크기와 폭을 개선해 효능을 강화했다는 게 특징이다.

CSL시퀴러스 측은 올해 '효도'를 주제로 고면역원성 백신의 면역 효과를 강조하고 부모님의 건강을 생각하는 자녀의 마음을 백신 접종과 연관시키는 마케팅 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사노피의 에플루엘다테트라는 표준 백신 대비 4배 더 많은 항원을 포함해 높은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게 특징으로 지난달 27일부터 전국 공급을 개시했다. 출시에 앞서 고령자 독감 질환 정보와 차별화된 제품 강점을 담은 2편의 광고 캠페인도 시작했다.

그중 '부모님' 편에서는 고령자의 면역력 노화와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각한 합병증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고령자 독감의 치명성과 부모님을 위해 4배 더 많은 항원으로 더 높은 보호 효과를 확인한 백신 선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