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의료공백 메꾸려고 건강보험 재정 2조원 끌어 썼다
비상진료체계, 수련병원 선지급에 수개월째 투입
9월에만 6000억 넘어…장종태 "재정 보전 대책 있나"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의정갈등이 7개월째 접어든 가운데 의료공백 사태 수습에 투입된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2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태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지원책이 시급히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월 의대증원으로 촉발된 의료공백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이 총 1조 9436억 원으로 추산됐다.
복지부는 중증응급 환자의 진료 공백을 메울 비상진료체계 운영을 지원했고, 경영난을 겪는 수련병원에 급여를 선지급했다. 오는 25일까지 '추석명절 비상응급 대응주간'을 지정해 진찰료 추가가산 등 응급실 운영을 지원할 예정인데, 여기에 투입되는 비용 또한 건강보험 재정을 활용하게 된다.
복지부는 지난 2월 20일부터 다달이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1880억 원 안팎의 재정 투입을 결정했다. 이로써 응급실과 상급종합병원이 경증 환자를 병의원급으로 회송한 경우 보상을 강화했고 응급실 의료행위의 보상을 늘렸다.
다만 실제 투입된 금액은 5월 810억 원을 시작으로 6월 830억원, 7월 2983억 원, 8월 1073억원이다. 그러나 이달에도 1883억 원의 집행을 결정했다. 이달 1883억 원이 실제 투입된다고 했을 때, 7개월간 들어간 돈은 7579억 원에 달한다.
또한 복지부는 경영이 어려운 수련병원에 3개월분의 건강보험 급여 선지급을 결정한 바 있다. 6월분으로 3684억 원, 7월분 3974억 원이 이미 지급됐고, 8월분 3914억 원이 이달 중 건보재정에서 빠져나갈 예정이다. 8월분까지 합하면 총 1조 1572억 원에 이른다.
아울러 복지부는 추석 응급실 운영을 위해 비상진료 지원을 추가했다. 연휴 권역·지역 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진찰료를 100% 가산에 50%를 추가하고, 여기에 권역센터의 전문의 진찰료는 100% 더 인상해 총 250% 가산을 적용한다. 비상진료 이전의 3.5배 수준이다.
또 중증·응급수술에 대한 수가도 150% 가산 대비 추가로 50% 더 올려 평소보다 3배의 수가를 지급한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이달까지 건강보험 재정에서 285억원이 추가 소요될 걸로 보고 있다.
이렇게 투입된 재정은 7579억 원에 1조 1572억 원 그리고 285억 원을 더해 총 1조 9436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9월 한 달에만 6082억 원이 투입되고, 정부가 기존에 발표했던 계획 이외에 추가로 투입하는 건강보험 재정은 2168억 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장종태 의원은 "재정 투입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며 "비상진료체계 운영 지원도 정부는 당초 8월까지 시행한다고 밝혔으나 1개월 단위로 연장한다고 계획을 변경했으며 일시적 지원책도 또 언제 추가될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정부는 소요된 건강보험 재정 보전 대책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국민 고통은 날로 커지고 있는데 수습 비용마저 국민이 낸 보험료로 끌어다 쓴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보전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7월 말 기준 건강보험 준비금은 27조 원에 이르는 등 제도 도입 이래 가장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다. 재정 관리는 강화하겠다"며 "수련병원 급여 선지급 등 현재 재정 지원 대책은 꾸준히 지속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설명했다.
ks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