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의 혼자 일하는 응급실에 군의관·공보의 파견, 현장불만 속출

"억지로 문 열어 놓다 사고 날라" "일방적 배치 불만"

4일 서울 양천구 목동 이대목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앞에서 환자가 구급차로 이송되고 있다. 2024.9.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응급실 의사들이 지쳐 떠난 자리에 정부가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를 배치하고 있지만 현장과 파견 당사자 모두 달가워하지 않는다. 일방적 정책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억지로 문만 열어두다 사고가 날까 두렵다"는 호소도 계속된다.

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4일)부터 의료 인력이 시급히 필요한 5개 응급실에 15명의 군의관이 투입됐다. 병원별로 강원대병원 5명, 세종충남대병원 2명, 이대목동병원 3명, 충북대병원 2명, 아주대병원 3명이다. 복지부는 나머지 군의관과 공보의 235명도 9일까지 파견한다.

응급실 의사 부족으로 당직 의사가 혼자 일해야 할 병원 응급실이 25개에 달한 가운데 복지부는 병원과 소통하며 대체인력 투입 방안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장은 군의관, 공보의가 응급실 업무에 당장 녹아들기 힘들다고 본다.

전날 배치된 15명 중 8명이 응급의학과 전문의이긴 하지만 당장 책임 있는 업무를 맡기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응급실을 거쳐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가 이뤄져야 하는 '배후 진료' 체계가 마땅치 않으면 응급실 운영난에 대안은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중증 응급 외상환자를 주로 보는 조항주 대한외상학회 이사장(의정부성모병원 외상외과 교수)은 "병원이 파견된 이의 술기 책임을 져줄지와 파견자의 의지 등이 중요하다"며 "체계가 모두 달라 서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항주 이사장은 "환자를 받아도 배후 치료까지 이어가 줄 인력이 없어 힘들다. 배후 진료가 안 되니 다른 응급실로 보내게 된다"며 "받아줄 병원 응급실을 찾는 일은 응급실 의료진에게도 매번 큰 스트레스"라고 호소했다.

한승범 고려대 안암병원장을 비롯한 의료진들이 4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의료대란 대책특위 위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2024.9.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복지부가 일부 응급실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문 닫지만 말아 달라는 의미인데 현장도 버티다가 도저히 안 돼 문을 닫는다"며 "문만 열어두면 더 위험하다. 사고가 날 수 있다. 복지부가 집중적으로 관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군의관이 해당 기관의 교수 역할을 대체하리라 기대하지 않는다"며 "인력이 워낙 부족한 상황에서 군의관을 파견해 해당 시간에 2명 정도 근무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현장에서는 일방적 배치 등 불합리한 일이 벌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보의 A씨는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를 통해 "충북 충주시가 타 병원에 차출된 공보의를 복귀시킨 뒤 건국대충주병원, 충주의료원 응급실에 이동 배치하는 일방적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의견을 묻지 않은 채 파견 근무지에서 충주시로 복귀하고 응급의학과 전문의만 가능한 정도의 업무를 하라는 등 현실적으로 실행 어려운 명령을 내렸다"며 "충주시 편의를 위해, 공보의 권리와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A씨는 "강하게 항의한 끝에 지금 차출지 근무를 13일까지 마치면 기존 근무지로 돌아가기로 했다"면서 "무례함을 넘어 파견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을 거치지 않아, 부당하고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공보의는 지자체 관내 의료기관 응급상황에 따라 배치될 수 있다. 일부 공보의는 기존 근무지로 복귀를 희망한 상황"이라며 "공보의도 응급실에 배치될 수 있다. 충주시와 공보의 간 협의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