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전공의 대표 면담 이후 의료계 '사분오열'…정부 "대화 지속"(종합)

의협 "실망"…전공의대표 탄핵 움직임, '내부 적' 낙인
의료공백 장기화에 환자 줄고 병원 경영 휘청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이훈철 천선휴 김규빈 강승지 이기림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를 놓고 가진 면담을 두고 의료계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나왔다. 전공의들 사이에서 박 비대위원장을 탄핵하자는 성명서가 돌고 있고, 선배 의사는 그를 '내부의 적'으로 낙인찍기까지 했다. 정부는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계와 대화를 계속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의협 "尹 만난 박단 실망"…정부 "대화 계속"

5일 의료계에서는 전날(4일) 윤 대통령과 2시간 20분간 단독 면담을 가진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인은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박 비대위원장으로부터 윤 대통령 면담 사실과 결과를 공유받은 바 없다"며 "앞으로 소통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임 당선인은 박 비대위원장의 행동에 섭섭함과 실망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앞서 임 당선인은 이날 자신의 SNS에 "A few enemies inside make me more difficult than a huge enemy"라는 글을 남겼다. 밖의 거대한 적보다 내부의 적 몇 명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는 뜻으로, 홀로 대통령을 만난 박 비대위원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전공의들도 박 비대위원장과 대통령의 면담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다 사직한 류옥하다 씨는 회동 사실이 알려진 직후 "젊은 의사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박단 비대위와 11인의 독단적인 밀실 결정"이라는 내용의 비판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류옥 씨는 또 박 위원장이 면담 직후 SNS에 남긴 게시글에 "모두가 알던 사실을 왜 굳이 가서 확인해야만 했느냐"며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과 여당에 명분만 준 것 같아 유감"이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특히 면담 후 박 비대위원장이 자신의 SNS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는 글을 남긴 것 외에 면담 결과에 대한 설명이 없는 점도 전공의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전공의 내부에서는 박 위원장을 탄핵하자는 성명서도 돌고 있다.

성명서에는 "윤 대통령과 독대한다는 것을 비대위와 논의 후 약속 2시간 전에 대전협 전체 방에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하지만 이는 대전협 비대위 내에서만 상의 됐을 뿐 나머지 병원 대표들과는 사전에 총회나 투표 등의 방식으로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나타났다.

그러면서 "1만여 명의 사직 전공의들은 대담이 진행되는 내내 비대위에서 독단적으로 행동했다는 것에 대한 분노와 무력감, 불안에 휩싸였고 의사 커뮤니티에는 수많은 비판 글이 올라왔다"며 "면담 후에도 어떤 회의 내용도 대전협 병원 대표를 비롯한 사직 전공의들에게 공지하지 않고 비밀에 부치고 있다"며 탄핵안 발의 이유를 밝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지금 의료계가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사분오열되고 있는 상황이 부끄럽고 참담하다"면서 "교수들은 죽어나고 병원은 도산 위기인데 상황은 더욱 암담해지고 있다"고 탄식했다.

정부는 의료계와 대화를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어제 첫 만남이었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정부는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 노력을 지속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와 전공의는 이제 막 대화의 물꼬를 텄다"며 "유연하게 그러나 원칙을 지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지침에 따라 개원의도 주 40시간 단축진료에 돌입한 1일 경기도 성남시의 한 동네의원에서 관계자가 관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2024.4.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전공의 이탈 후 40여일간 병원 수입 16% 감소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정확히는 지난 2월 15일부터 3월 31일까지 45일 동안 50개 수련병원의 수입이 전년 대비 15.9% 줄어들면서 경영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최근 500병상 이상 전국 수련병원 50곳의 의료수입을 조사한 결과, 전년 대비 의료수입이 4238억3487만 원(-15.9%) 감소했다. 병원 1곳당 평균 84억7670만 원 수입이 줄었다.

전공의 집단 이탈이 막 시작된 2월 하순 2주간 평균 수익이 12억9885만 원(-7.9%) 감소했지만 3월에는 전년 대비 71억7785만 원(-19.5%) 줄면서 경영난이 심해졌다.

특히 1000병상 이상 9개소는 2월 36억 5691만원(감소율 10.3%), 3월 188억 1818만원(24%) 등 전년대비 의료수입이 224억 7509만원(19.7%)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전공의 이탈로 환자가 줄고 병원들의 병상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수입이 감소한 것이다.

50개 수련병원의 병상 가동률은 지난해 75.1%에서 이번 사직 사태 기간 56.4%로 18.8%포인트(p) 감소했다.

이탈 사태 기간 병원들의 입원환자 수는 111만6566명으로, 전년 154만5614명 대비 42만9048명(-27.8%) 줄었다. 외래환자 수도 453만5288명으로, 지난해 526만7089명보다 73만1801명(-13.9%) 감소했다.

병원협회는 "전공의 사직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사직 발생 직후인 2월 마지막 2주간보다 3월 한 달간의 전년 대비 의료수입 감소율이 약 2.5배 증가했다"며 "손실 폭이 많이 증가하고 있으며 병원 규모가 클수록 수입액 감소율이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boazh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