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약 '메트포르민', 영장류 모델서 항노화 효능 확인

1957년 '글루코파지'로 출시, 67여년간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처방
'뇌 노화 지연 효과 탁월'…동물실험 결과라는 점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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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67년간 처방된 제2형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의 항노화 효능이 영장류 모델에서 확인됐다. 다만 실험 대상 숫자가 적어 추가로 임상시험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널리 사용된 메트포르민의 항노화 효과가 영장류실험에서 처음 입증됐다. 관련 논문은 최근 국제학술지 '셀'에 '메트포르민, 수컷 원숭이의 노화 시계를 늦춘다'(Metformin decelerates aging clock in male monkeys)는 이름으로 게재됐다.

메트포르민은 제2형 당뇨병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약물이다. 1920년대에 프랑스 화학자 에밀 베르트랑과 제임스 벨이 처음 합성했다.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1950년대 프랑스 의사 장 스테른이 메트포르민의 혈당 강하 효과를 발견하면서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 이후 1957년 '글루코파지'라는 이름으로 처음 출시됐고, 67년간 전 세계 곳곳에서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처방되고 있다.

앞서 선충, 초파리, 설치류 등 다양한 동물모델에서 메트포르민이 노화 관련 조직 손상을 완화하고 암과 치매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 등이 보고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인간과 같은 영장류에서 메트포르민의 항노화 효과가 확인된 것으로 향후 인간 노화시계를 늦출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로 평가받는다. 연구는 중국과학원 닝 리우 교수 등이 주도했다. 미국계 항노화 의약품 연구개발(R&D) 기업으로 유명한 알토스랩스의 콘셉시온 로드리게스 에스테반 알토스랩스 수석 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노화와 관련한 생체지표(바아오마커)를 발굴하고 분자 수준에서 노화 속도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노화시계 계산모델'을 구축해 항노화 효과 연구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다.

연구는 3가지 연령대 시노몰구스 원숭이 48마리를 1개 실험군과 3개 대조군으로 분류해 진행됐다. 3~5세 청년 9마리, 10~12세 중년기 9마리, 13~16세 노년기 30마리 등이다.

실험군은 메트포르민 20mg/kg를 40개월 동안 매일 투여받은 노년기 원숭이 12마리다. 대조군은 각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 메트포르민 미투여 그룹이다.

연구진은 모든 원숭이를 대상으로 체질량지수(BMI), 호르몬, 일반혈액검사, MRI 등 의료 영상분석 등 총 68개 생물학적 지표를 발굴했다. 또 79개 조직의 전체 RNA 시퀀스를 분석한 생체지표를 정했다. 노화속도 측정은 79개 조직 샘플에서 분석한 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산모델을 구축해 이뤄졌다.

연구 결과 40개월간 메트포르민을 투여받은 노령기 그룹 원숭이들은 다양한 조직의 노화 관련 유전자 지표가 청년기 그룹과 유사한 수준으로 회복됨이 확인됐다.

또 노화시계 계산모델을 통한 생물학적 연령 측정법으로 메트포르민이 노화 시계를 늦추는 것을 확인했다. 뇌 조직에서 DNA 등 연령이 약 6년(인간 나이로 약 18년)가량 감속돼 뇌 노화 지연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알렉스 소카스 박사는 "영장류를 대상으로 메트포르민의 항노화 작용에 대한 가장 정량적이고 철저한 조사"라면서 "약물 효과가 조직 유형 전반에 걸쳐 나타난 놀라운 일"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영장류의 분자 수준에서 메트포르민이 노화를 지연하는 효과를 입증했을 뿐 다시 젊어지는 것과 관련한 결정적 증거는 없다는 점과 실험동물 수가 매우 적고 수컷에 한정된 결과라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연구책임자인 리우 교수는 독일계 글로벌 제약사와 환자 120명을 대상으로 메트포르민이 인간 노화를 지연시키는지 알아보기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앞서 미국 아인슈타인 의과대학은 올해 3월 노인 3000명을 대상으로 메트포르민의 항노화 효과와 안전성 검증을 위한 대규모 임상에 착수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