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매출 1위였던 '휴미라', 복제약 범람 속 세대 교체[약전약후]

2002년 FDA 허가 획득…2012년 전 세계 매출 1위 의약품 등극
미국서 바이오시밀러 공세 개시…애브비, 차세대 약물로 대체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11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한국애브비 제공)/뉴스1 ⓒ News1

10여년간 글로벌 매출 1위 자리를 지킨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가 황혼기를 맞았다. 애브비가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는 데 기여한 주요 의약품 중 하나다. 휴미라는 차세대 치료제인 '스카이리치'(성분명 리산키주맙)와 '린버크'(우파다시티닙)에 주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자리를 넘길 전망이다.

휴미라는 지난 2002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첫 허가를 받은 후 지난해까지 누적 매출액 1870억 달러(약 259조 원)를 기록했다. 단일항체로 구성된 바이오의약품이다. 류머티즘 관절염, 건선, 궤양성 대장염 등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휴미라는 2012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물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코로나19 백신을 제외하고 2022년까지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 왕좌를 지켰다. 세계 최고 매출 약물이니만큼 바이오시밀러들이 다수 출시됐다. 유럽에서 승인받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8개 사 14개 품목 이상이다.

첫 휴미라 바이오시밀러가 2018년 10월 출시된 후 휴미라 글로벌 매출은 2019년 31.1%, 2020년 7%, 2021년 9.6% 감소했다. 첫 바이오시밀러 공세 이후 애브비는 경쟁에 참전하기로 결정하면서 휴미라 가격을 할인했다. 매출 감소 폭이 줄었지만 입찰 시장 중심인 유럽에서는 매출 규모가 감소했다.

휴미라 전체 매출에서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미국 시장에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특허 보호 등으로 지난해 1월 31일 첫 제품이 출시됐다.

휴미라 주요 특허는 미국에서 2016년 만료됐지만 130여개에 이르는 특허를 통해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시장 진입을 늦췄다. 유럽에서 휴미라 특허는 6개에 불과했다.

FDA는 지난해 이후 8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허가했다. 업계는 미국 의약품 판매 중간 관리자인 약제급여관리기업(PBM) 등 시장 특이성으로 휴미라 매출이 단숨에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PBM은 미국 의료보험 시장에서 의약품 유통과 처방 약 관리를 담당하는 기업이다. 보험사와 계약해 의약품을 공급하고 약제비를 청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애브비는 기존 PBM을 통해 휴미라 시장 방어 전략을 적극 펼쳤다.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는 오는 2028년까지 미국에서 휴미라가 누적 매출액 1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애브비의 휴미라 미국 시장 방어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올해 2월까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가 차지한 미국 시장 점유율은 4%다. 여전히 오리지널 의약품인 휴미라가 시장 점유율 96%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4월부터 바이오시밀러 판매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미국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신규 처방 건수는 지난 3월 29일 기준 640여 건에서 4월 5일 기준 8300건으로 증가했다. 신규 처방이 급증하면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점유율은 36%로 확대됐다. 산도스 하이리모즈가 바이오시밀러 시장 점유율 성장의 93%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 휴미라 미국 매출은 17억 7100만 달러(약 2조 4000억 원)다. 전년 동기 29억 4800만 달러(약 3조 7300억 원) 대비 40% 줄었다. 지난해 4분기 미국 시장 매출은 27억 4000만 달러(약 3조 7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했다.

휴미라 미국 매출 감소는 바이오시밀러 영향도 있지만 차세대 약물 판매 확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휴미라를 개발한 애브비는 차세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카이리치와 린버크로 휴미라 시장을 대체하고 있다. 스카이리치와 린버크는 휴미라의 바통을 이어받아 급성장하고 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