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숙 회장, 한미사이언스 공동대표 해임…오너가 갈등 재점화

차남 임종훈, 임시 이사회 개최…단독 대표 올라
상속세 납부 위한 재원 마련 관련 갈등…자금조달 고려 중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왼쪽)와 임종훈 사내이사가 악수를 하고 있다. 2024. 3. 28/뉴스1 ⓒ News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갈등이 재점화했다.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공동 대표가 14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어머니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을 한미사이언스 공동 대표에서 해임한 후 단독으로 대표 자리에 올랐다.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 갈등은 지난달 개최된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아들 측 임종윤·종훈 형제가 승리해 이사회에 입성하면서 일단락된 것으로 보였지만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 마련과 관련해 재점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이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송영숙 회장을 한미사이언스 공동 대표에서 해임했다. 앞으로는 임종훈 공동 대표가 단독 대표로 한미사이언스를 이끌 전망이다.

송영숙 회장 해임 이유로는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을 두고 송 회장과 임종윤·종훈 형제 간 의견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앞서 송 회장과 장·차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은 선대 회장이 2020년 타계하면서 34.2%(2300여만주)의 주식을 각각 분할 증여받아 약 5400억 원대의 상속세를 부여받았다.

가장 많은 주식을 상속받은 송 회장이 2200억 원, 세 남매가 나란히 1000억 원 안팎의 상속세를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속세는 연부연납이 가능하다. 송 회장 일가는 5년간 6차례 걸쳐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는 상황이다. 현재 납부된 송 회장 일가의 상속세는 절반가량으로 추산된다. 앞으로 2년 동안 2000억 원이 넘는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한미그룹 지분 가치에 대한 프리미엄을 주장하면서 송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의 OCI 통합 방안에 반대하면서 송 회장·임주현 부회장과 벌인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했다.

경영권 분쟁 승리 후 임종윤·종훈 형제와 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외부 자본 투자 유치와 지분 매각 등으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 오너 일가는 주식담보대출과 상속세 미납분 등 약 1조 원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매각 지분은 송 회장과 임종윤 사내이사 등 가족 4명의 지분과 신 회장 지분(12.15%)까지 50% 이상이다.

임종윤 대표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중심으로 EQT 파트너스 등 사모펀드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으며, 오너 일가의 경영권을 보장받는 조건 하에 지분 양수 대금 규모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임종훈 대표와 송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임원 구성을 놓고 마찰을 겪었다는 소식도 나온다. 이에 임종훈 대표가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송 회장을 공동 대표에서 해임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는 외부 자본 유치를 위해 오너가의 갈등을 드러내는 방안에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너 일가 내부적으로 지분 매각 의사가 엇갈리면 사모펀드 등에서 투자 인수 작업을 꺼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 갈등은 일단락됐다가 재점화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상속세 문제가 있으므로 분쟁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