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약 먹었더니 몸에 털이”…'미녹시딜' 탄생 비밀[약전약후]
궤양치료제로 개발했다가 고혈압 약으로 FDA 승인
약 부작용이 발모…바르는 탈모약으로 변신
- 김태환 기자
(서울=뉴스1) 김태환 기자 = 바르는 탈모약 성분으로 잘 알려진 미녹시딜은 부작용을 치료 목적으로 전환한 약물 리포지셔닝(Repositioning)의 대표 약물이다. 샴푸 형태나 액상형으로 두피에 바르는 제품으로 잘 알려졌지만, 사실 경구용 고혈압 치료제로 더 많이 쓰인다.
미국 제약회사인 업존은 1960년 위궤양 치료제로 미녹시딜 성분을 발굴한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동물실험에서 기대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위산 억제보다 혈관 확장 기전이 확인되면서 미녹시딜의 운명이 바뀐다.
업존을 인수한 화이자는 이 미녹시딜을 고혈압치료제로 개발해 197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 승인을 받는다. 특히 이를 위해 진행한 미녹시딜 임상시험에서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 보고가 확인돼 세간의 이목을 끈다.
1968년 경구용 미녹시딜을 활용한 임상시험에서 발모 촉진 효과가 드러난 것이다. 당시 임상시험을 진행한 업존은 임상시험에 참여한 일부 난치성 고혈압 환자들에게서 부작용으로 유독 몸 곳곳의 털이 많이 나는 현상을 보고받았다.
이후 연구진들은 경구용 미녹시딜의 발모 효과에 대한 추가 시험을 진행했으나 유의한 결론을 얻지는 못했다. 특히 먹는 미녹시딜은 반사성 빈맥 및 협심증 등 부작용 우려도 높아 탈모치료제로써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코카서스 인종의 유전적 대머리 다빈도 발생 등으로 인해 당시 사회에는 탈모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에 연구진들은 미녹시딜의 성분을 두피에 직접 바르는 방식을 고안한다.
혈관 확장 기전을 갖는 미녹시딜을 두피에 바르면 모낭에서 활성 대사물로 황산미녹시딜이 나오고 이는 세포 내 칼슘 농도를 낮춰 털의 성장을 촉진한 것이다. 모낭 성장 인자의 경우 칼슘 농도가 높으면 활동이 감소한다.
결국 바르는 방식의 미녹시딜 임상시험은 1980년대 들어 그 성과를 얻는다. 화이자는 1988년 미국 FDA로부터 '로게인 2% 외용액'이 세계 첫 공식 탈모치료제 품목허가를 승인받는 데 성공한다.
단, 미녹시딜은 없는 모발을 새로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기존 모발의 생장을 촉진하는 효과를 갖는 만큼 미완의 치료제로도 평가받고 있다. 이같은 바르는 미녹시딜 제품은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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