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강타한 'GLP-1 비만약' 열풍…내년에는 판 더 커진다
[2023 결산-바이오] 노보노디스크·일라이릴리 경쟁 가열
2030년 시장규모 약 129조…국내 제약사, 임상 추격전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올 한해 전 세계 제약바이오업계는 비만치료제 개발 경쟁으로 뜨거웠다. 세계 비만 인구는 2030년 10억명에 달하고, 비만치료제 시장은 13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비만치료제 개발에 나서면서 시장 판도가 뒤바뀌고 있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미국 헬스케어 업계 1위였던 존슨앤드존슨을 꺾고 시총 1위에 등극하는가 하면,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도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을 넘어서고 유럽 증시 내 시총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대표주자로 꼽히는 비만 치료제는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와 '위고비',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마운자로'와 '젭바운드' 등이다. 이들 제품 모두 GLP-1 수용체 작용제를 기반으로 한 '세마글루타이드'를 주 성분으로 하고 있다. GLP-1은 음식물을 섭취할 때 생성되는 호르몬으로, 식욕을 억제하고 장운동을 늦춰 식후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작용을 한다. 소화의 속도를 늦춰 혈당과 체중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지난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세계 최초로 노보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를 체중 관리용 약물로 허가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노보노디스크의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과 비만 치료제 '위고비'에 들어있는 당뇨병 및 체중 감량 약물의 활성 성분이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임상 3상 시험에서 약 16개월 동안 15% 체중 감량이라는 전례없는 효과를 냈다. 이전 비만 치료제의 3배에 달하는 효과였다.
이후 전 세계 유명 연예인의 체중 감량 후기들로 입소문을 탄 제품들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생산공장 증설에 올해 36억달러(4조6674억원)를 투자했으며, 2028년까지 8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급기야는 비만약 위고비의 출시 국가를 미국, 영국, 노르웨이, 덴마크, 일본 등 총 6개 국가로 한정했다.
지난해 5월 출시된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는 제2형 당뇨약이지만, 체중감량에 효과를 보이면서 '오프라벨'(허가 외 처방)로 사용되어왔다. 이후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자, 일라이릴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공장을 증설하며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다. 공장이 완공되면 생산량은 약 2배로 늘어날 예정이다.
일라이릴리는 지난 8일 비만치료제 '젭바운드'를 FDA로부터 승인받았다.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는 모두 티제파타이드를 주성분으로 하고 함량이 같지만 당뇨약과 비만약을 구분하기 위해 다른 이름으로 출시됐다.
◇2030년 130조 시장…로슈·암젠·아스트라제네카도 '참전'
GLP-1 계열 치료제 시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가 2030년 1000억달러(129조6500억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GLP-1 계열 치료제가 비만 합병증인 심혈관질환 위험성을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신장질환, 간질환 등 추가 임상을 통해 적응증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비만치료제가 적응증 확대에 성공하면 보험에 등재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황이 이렇자 외국계 제약사들도 GLP-1 제제 후보물질 확보에 나섰다. 주로 항암제를 개발하던 스위스 제약업체 로슈도 이달 초 비만약 후보물질 'CT-388'을 보유한 카못 테라퓨틱스를 인수해 GLP-1 억제제 계열 비만약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중국 바이오기업 에코진의 비만 치료 후보물질 'ECC5004'를 인수해 공동개발에 나섰다. 후발 선두권 기업인 암젠은 투약 편의성을 높인 월 1회 주사방식인 GLP-1 신약 후보 'AMG133'의 임상 1상을 완료했다. 반면 화이자는 GLP-1 제제 개발에 도전했지만, 두 차례 임상시험에 실패하면서 쓴맛을 봤다.
◇국내서는 한미약품 가장 빨라…"경구제, 마이크로니들 등 제형 경쟁력 있어"
국내에서도 비만치료제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한미약품은 420명을 상대로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국내 임상 3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계획대로 2026년에 임상이 종료된다면,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출시되는 비만치료제가 된다. 임상 2상에서는 6mg씩 주 1회 투여받은 환자군 7% 이상이 체중을 감량했다. 한미약품은 오는 2027년 1분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동아에스티의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DA-1726'은 GLP-1과 글루카곤 수용체를 타깃하는 이중작용제로, 지난 2021년 미국 뉴로보에 기술 수출을 했다. 올해 안에 미국 FDA에 임상 1상 계획서를 신청할 예정이다. 올해 6월 미국 당뇨병학회에서 발표한 전임상 결과에 따르면 음식 섭취량을 늘렸음에도 위고비와 젭바운드 대비 우수하거나 유사한 체중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펩트론은 자체 플랫폼을 이용해 위고비와 젭바운드 성분의 제형 변경으로 투약 주기를 1주 1회에서 1달 1회로 늘리는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경구제, 마이크로니들 등 다양한 제형을 선보인다면 후발주자라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비만치료제의 폭발적인 수요에 따라 향후 위탁생산(CMO), 의약품 유통, 디지털헬스케어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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