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코로나 치료제 긴급사용승인 ‘0건'…안 하나, 못 하나
정부 기준, '기존 약 대비 안전성·유효성 준하거나 우월해야'
치료제 전혀 없던 팬데믹 상황과는 또 다른 도입 조건도 난관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코로나19 유행이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접어든 3년 10개월간 국산 코로나19 경구용(먹는) 치료제는 상용화된 적이 없다. 정부의 도입 근거까지 고려하면 앞으로의 상황 또한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신규 코로나19 치료제는 현재 사용 중인 코로나19 치료제(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 베클루리주) 안전성·유효성 수준에 준하거나 우월하다고 입증돼야 도입될 수 있다. 특히 치료제가 없는 게 아니어서 긴급 사용을 시급히 검토할 이유도 없다.
25일 국회 등에 따르면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정감사 서면질의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3년 10월 자료제출 기한 기준) 현재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는 코로나19 치료제 중에서 긴급사용승인이 신청된 건은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신청이 있는 경우에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긴급사용승인은 감염병 대유행 등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제조·수입자가 국내에 허가되지 않은 의료제품을 공급하게 만드는 제도다.
긴급사용승인은 관계부처장 요청과 관련 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뤄진다. 공중보건 위기 상황은 '공중보건 위기 대응 의료제품의 개발 촉진 및 긴급 공급을 위한 특별법'에서 △감염병 대유행 △생화학무기로 인한 질병 발생 △방사능 재난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여러 백신과 치료제의 긴급사용승인을 결정한 바 있다. 먹는 치료제로 국한해 봤을 때도 지난 2021년 12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2022년 3월 MSD의 라게브리오가 각각 긴급사용승인으로 국내에 도입돼 유용하게 쓰였다.
2023년 7월 한국화이자제약의 팍스로비드는 의약품으로서 식약처에 정식으로 허가됐다. 의약품 허가는 통상 임상3상(해당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적 확증 임상시험) 결과까지 식약처가 면밀히 검토하고 나서야 이뤄진다.
다만 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 이외 국산의 먹는 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도 하루빨리 국내에서 치료제로 상용화돼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제약 주권 또는 국내 개발업체의 의욕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일본 시오노기와 일동제약이 공동개발 중인 조코바, 현대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제프티가 대표적이다. 질병청은 2022년 12월 조코바를 신규 치료제로서 도입할지 전문가들과 다각적으로 논의했으나 긴급사용승인 요청 및 정부 구매 필요성은 낮은 것으로 결정했다.
이후 일동제약은 2023년 1월 식약처에 조코바의 국내 품목허가를 신청하며 "(이 약은) 경증, 중등증에 효과를 입증한 만큼 광범위한 환자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식약처의 허가심사가 진행 중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심사 현황과 개별 품목의 내용은 정보 보호 등에 의해 구체적으로 공개하기 어렵다"면서도 "허가 자료를 제대로 완벽하게 업체가 마련했느냐에 달렸다. 허가처리 기한은 짧은 편으로, 기준만 충족되면 식약처도 신속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식약처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 또는 희귀·난치 질환 치료제 등 혁신적 제품이나 코로나19 치료제처럼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약품에 대해 환자의 빠른 치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신속심사 품목'을 지정·심사해 오고 있다. 조코바도 신속심사 대상인 셈이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도 2023년 4월 가짜약 투약군 대비 제프티 투약군의 혈중 바이러스량 감소 효과가 14배 뛰어났다는 내용 등의 임상2상 결과를 공개하며 질병관리청 등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알려진 대로 업체가 계속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요청하고 있고, 필요성을 검토 중"이라며 "이밖에 다른 신규 코로나19 치료제의 도입 필요성 전반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좋은 치료제가 있다면 얼마든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와 질병청 관계자 모두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이 신속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검토, 심사하는 방향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 달라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더 까다로워졌거나 일부러 미룬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질병청 관계자는 "'공중보건 위기상황'에 '필요하느냐'는 점이 중요하다"며 "코로나19 유행이 엔데믹이 됐다고 공중보건 위기 상황이 끝났다는 의미보다, 치료제가 전혀 없는 상황과 있는 상황은 다른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치료제가 전혀 없다면 도입을 긴급히 검토하고 비교할 대상도 없다. 신규 치료제는 앞서 도입된 치료제의 사용 상황을 고려하고, 이에 준하거나 우월하다고 입증돼야 하지 않을까"라며 "이 판단이 공중보건 위기 대응 특별법을 바르게 해석한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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