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조류독감 첫 사망자 발생…"팬데믹 가능성 배제 못 해"
철새 통해 가금류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전파
정부 "포유류로 발생 범위 확대 되는 추세…대비 강화"
-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미국에서 처음으로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국내에서는 사람이 감염된 사례가 아직 없지만 정부는 최근 조류에서 포유류로 발생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
7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A형(H5N1)에 중증 감염돼 입원했던 65세 환자가 현지시간으로 6일 사망했다.
질병관리청 주간 해외감염병 발생동향에 따르면 해당 환자는 고연령층으로 인플루엔자 합병증 위험이 있는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H5N1 감염자 중 처음으로 심각한 증세를 보였다. 이 환자는 집에서 기르던 가금류 접촉으로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망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미국에서는 H5N1 인체감염 사례가 2022년 단 1건만 있었으나 지난해 4월 이후 총 66건이 발생했다. 이중 40명은 가축(젖소)을 통해, 23명은 가금류 노출 등으로 확진됐다.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현재 젖소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견될 뿐 아니라 반려묘가 H5N1에 걸려 집단 폐사하는 등 가금류와 포유류에 대한 감염이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추가 인체감염 발생도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조류인플루엔자의 사람 간 전파는 제한적이고 일반 대중에 대한 위험도는 낮다고 평가했다.
여상구 질병관리청 신종감염병대응과장은 "조류 인플루엔자가 원래는 새에서만 생겨야 하는데, 이제 포유류로 점점 넘어오는 상황"이라며 "포유류는 가금류보다 사람하고 (특성이) 가깝기 때문에 고양이 사례를 포함해, 위험 가능성이 있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급성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흔히 닭·오리 등 가금류가 철새와 접촉해 감염돼 전파된다. 고병원성 H5N1은 조류 인플루엔자 중에서도 가장 많이 발생하는 바이러스로, 변이가 매우 빠르고 쉽게 전이된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H5N1의 사람 간 전염 사례는 없지만 조류 인플루엔자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팬데믹'(대유행)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상구 과장은 "WHO에서도 위험도가 낮다고 평가했지만 팬데믹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기에 농림부, 환경부와 협력 체계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살처분에 참여하시는 분들이나 해당 감염 발생 농장주들에 대해 철저히 방역 조치와 함께 검사를 시행하고 잠복기 동안 증상이 없는지 등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질병청은 지난해 9월 조류 인플루엔자 팬데믹 상황을 포함한 다음 감염병 팬데믹 대비를 위한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 대비·대응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김유미 위기관리총괄과장은 "인플루엔자는 코로나처럼 변이가 굉장히 많은, 만나보지 못한 병원체이기 때문에 대유행에 대비해야 한다"며 "특히 표본감시 의료기관을 300개소에서 단계적으로 1000개소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다양한 항원 별로 백신 타입을 개발하고 비축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전날 전라북도 김제시의 한 육용 오리 농장에서는 고병원성 H5N1이 발생해 방역 당국이 감염 확산을 방지하고 예방하기 위해 살처분에 나섰다. 올겨울 들어 전국에서 발생한 21번째 확진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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